걱정 총량 일정의 법칙

2025-04-01     충청일보

[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프랑스 과학자 라부아지에가 발견한 물리학 법칙이 있다. 물질은 갑자기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고 그 형태만 변하여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걱정 총량 일정의 법칙’이 있는 듯하다. 살면서 걱정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걱정이 없는 상태는 죽어서 무덤 속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걱정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참 공평한 것 같다. 걱정은 세상 사람 모두에게 ‘Whenever’, ‘Whoever’, ‘Wherever’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걱정으로 인한 괴로움에는 ‘총량’이 존재하는데, 여러 작은 걱정들로 고통을 느끼다가 큰 걱정이 생기면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작은 걱정들은 머릿속에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가 큰 걱정이 해결되어 사라지면 모든 고통이 없어질 것 같은데, 그동안 머릿속에서 어디론가 사라졌던 작은 걱정들이 스멀스멀 나타나 걱정 총량을 다시 채워놓는다. 그래서 걱정 총량은 항상 일정해진다.

물질적으로 더 잘 살거나 정신적으로 더 훌륭한 사람은 걱정의 총량이 작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보지만 실제로 필자의 주변을 보면 남 보기에 부러워할 만한 삶의 질을 가진 사람들도 알고 보면 크고 작은 걱정들로 갖가지 고통을 느끼며 살고있는 듯하다. 서로가 느끼는 걱정의 종류와 정도만 다를 뿐이다.

미국에서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나를 구체적으로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대부분 불행해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돈 때문에 부부간에 적이 되어 소송을 하고, 남편이 술집을 전전하거나 바람을 피우는 통에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부럽기 짝이 없는 큰 행운을 잡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그 행운으로 말미암아 고통스러운 불행에 빠지는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일정량의 법칙’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몇 가지만 소개해 본다. ‘언어일정량의 법칙’이란 밖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집에서 말을 적게 한단다. 웃음과 눈물에도 일정량의 법칙이 존재하는데 많이 웃으면 언젠가는 울어야 하고, 많이 울면 그만큼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 ‘호흡 일정량의 법칙’이라는 것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평생 호흡하는 양이 일정하다는 것인데, 자주 흥분하여 숨을 격하게 빨리 쉬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여유있게 사는 사람들에 비해서 빨리 죽는다고 한다.

‘7:3에 관한 이야기’라는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한 무리의 물고기 떼를 관찰해보면 다른 물고기들과 잘 지내는 좋은 물고기, 자꾸만 다른 물고기를 괴롭히는 나쁜 물고기가 있다고 한다. 그 좋은 물고기와 나쁜 물고기의 비율이 7:3이다. 여기서 나쁜 물고기를 솎아내면 남아 있는 일곱 마리중에서 두 마리 정도, 그러니까 또다시 나쁜 짓을 하는 물고기가 7:3의 비율로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현상이 물고기들을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비결이라고 한다. 나쁜 물고기들이 좋은 물고기들을 계속 자극해 긴장을 조성하고, 그 긴장으로 생존의 힘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신이 세상 만물에 ‘질량 보존의 법칙’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인간의 삶에도 ‘걱정 총량 일정의 법칙’을 만들어 놓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