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미생물로 친환경 화학물질 생산…235개 산업소재 설계 로드맵 제시
가상세포 기반 분석으로 최적 미생물 균주 선정 친환경 바이오 제조 기술 선도 …상용화 현실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논문 게재 미생물 설계 혁신…경제성·효율성 획기적 향상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와 화석 연료 고갈이 심화되는 가운데, 화학물질 생산의 패러다임이 지속 가능한 바이오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연구진이 미생물 기반 친환경 생산기술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대규모 시뮬레이션 연구 성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은 5종의 산업용 미생물을 컴퓨터 가상세포로 구현하고, 이를 통해 235가지 화학물질 생산 능력을 체계적으로 평가했다.
연구는 유전체 수준의 대사 흐름을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어떤 미생물이 어떤 화학물질 생산에 가장 적합한지를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효율적인 바이오제조 전략 수립의 핵심 장애물로 지적돼 온 '최적 균주 선정'과 '대사 경로 설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방대한 실험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번 연구는 시뮬레이션 기반 접근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면서도 높은 정밀도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대장균, 효모, 고초균,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 슈도모나스 푸티다 등 산업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5종의 미생물을 대상으로, 각 균주가 생산 가능한 화학물질에 대한 이론적 최대 수율과 실제 공정에서 달성 가능한 생산 수율을 비교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외부 생물에서 얻은 효소를 미생물에 적용하거나, 미생물 내부의 보조인자를 다른 형태로 전환해 대사 경로를 보다 유연하고 확장성 있게 재설계하는 혁신적 방안을 함께 제안했다.
이를 통해 실제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 산업적으로 중요한 메발론산, 프로판올, 지방산, 아이소프레노이드 등의 생산 수율을 유의미하게 향상시켰다.
KAIST 김기배 박사는 "기존 미생물의 유전자나 효소 반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지만, 외부 대사 경로의 유연한 도입과 보조인자 교체 전략을 접목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세포공장을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산업용 바이오 생산공정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질적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가상세포 기반의 정밀한 분석을 통해 균주 선정부터 대사경로 최적화까지 체계적인 전략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바이오 연료, 바이오플라스틱, 기능성 식품 소재 등 친환경 소재의 생산 플랫폼 개발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3월 24일 자로 정식 게재됐다.
논문은 김기배 박사(KAIST 생물공정연구센터)가 제1저자로, 김하림 박사와 이상엽 특훈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석유대체 친환경 화학기술개발사업' 중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과제와 '합성생물학핵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바이오 기반 산업의 도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KAIST의 이번 성과는 바이오제조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전=이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