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나트랑, 달랏을 다녀와서 (2)

2025-04-17     충청일보

[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베트남 관광 둘째 날에 말로만 듣던 달랏역 관광을 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휴양지로 달랏을 개발하면서 건설한 역이라 한다. 우리가 일제(日帝)의 식민지 악몽이 있듯이 베트남도 프랑스 식민지 역사가 있어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낀다. 이곳은 1938년 프랑스 건축가에 의해 건축된 역사적인 건물로, 아르데코 양식과 베트남 중부 소수민족의 삼단 지붕이 결합된 독특한 양식이고, 예전에 운행하던 기차가 세월의 흔적을 뽐내며 전시되어 있다.

버스 차창 밖으로 우리나라 농촌처럼 비닐하우스가 많이 보여 무척 놀랐다. 달랏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진국 교수 덕분이라 한다. 비닐하우스 재배를 지도하고 보급하여 달랏의 원예와 경제 발전에 공헌한 분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화훼장식학 박사인 김진국 교수를 파파 김이라 부르며 존경하였고, 달랏의 대학교에 한국어과 개설도 하고 비닐하우스 공법을 발전시켰다. 한국인이 달랏에서 이런 업적을 세우고 문화교류를 하며 국위를 선양했다니 무척 자랑스럽다.

달랏의 중심부에 위치한 쑤언흐엉 호수는 현지인과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다. 마차를 타고 호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달리니 주변의 소나무 숲과 잘 가꾼 꽃밭이 무척 돋보였다. 호수 위를 달리는 보트 투어나 오리배도 즐기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상 눈요기로 대신하였다.

랑비앙산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이다. 해발 2167m의 이 산은 달랏의 최고봉으로, 정상에 오르면 도시 전경과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어 감동했다.

2015년 유네스코 보존 지역으로 지정된 랑비앙은 ‘달랏의 지붕’과 같은 곳으로 달랏 전체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우리나라 한라산과 같은 높이인 랑비앙산 전망대(1950m)까지 걸어서 오르기는 쉽지 않지만, 지프를 타고 약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LANGBIANG’이란 글씨조형물이 있는 사진 촬영 명소에는 사람들이 100m쯤 줄을 서서 기다리기에 다른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옛날 차량들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꽃밭이 멋지게 조성되어 있어 더욱 돋보였다. 사계절 내내 꽃이 피고 숲과 정원, 폭포와 호수가 어우러진 청정한 고원 도시에서 한달살이라도 하고 싶었다.

달랏 크레이지하우스는 참으로 기이하고 흥미로웠다. 이곳은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는 건축물이다. 기발하고 독특한 구조 덕분에 많은 관광객이 인산인해인데 이곳 역시 우리 대한민국 사람이 제일 많았다. 다양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는 모습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달랏 크레이지하우스는 단순히 관광 명소일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요소가 풍부한 명소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했다.

또 한 가지 다행이고 기뻤던 일도 있었다. 웬일인지 그날 아침에 호텔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못 봐서 너무 괴로웠는데 크레이지하우스 화장실이 마법이라도 부렸는지 큰 걱정거리를 해결해주다니……. 우리나라 사찰(寺刹)의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하는 의미를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Crazy House Welcome’이란 표지판도 더욱 고맙고 크게 보였다. 직선이 거의 없는 곡선 위주의 건축물로 나무나 동굴을 연상시켰다. 좁고 꼬불꼬불한 계단과 통로가 많아 마치 단양 고수동굴처럼 미로를 탐험하는 듯했다.

며칠간 달랏을 비롯해서 베트남 관광을 하니 이곳의 자연환경과 기후가 부럽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을 자랑하지만, 겨울에 난방비, 여름에는 냉방비가 많이 드는데 달랏은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그래서 그런지 베트남 사람들은 공산주의 체제에서도, 승용차 대신 오토바이 등을 타는 사람이 많아도 무척 여유롭고 웃고 즐기며 낙천적인 모습이었다.

우리나라도 조선 시대 당파싸움 같은 정쟁만 일삼지 말고, 국익을 우선하여 좀 더 발전적으로 합심하고, 지역갈등, 세대갈등, 이념 갈등 등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하루속히 더욱 살기 좋은 선진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