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와 대미수출격감

2025-04-29     충청일보

[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트럼프 관세정책이 요동치고 있다. 전 세계가 들썩이고 예측불가능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미중 관세갈등이 격화하고 자유진영이 수렁에 빠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여파로 4월 1~20일 중 대미 수출액이 14% 이상 급감했다. 어둠의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 트럼프 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일괄 부과하고, 철강·자동차에는 25% 품목 관세를 매긴 결과다. 여기에다 90일간 유예된 국가별 상호 관세와 반도체 품목 관세가 어느 선에서 결정되는냐에 따라 수출 타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미국발 ‘관세 폭탄’이 한국 경제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주요 수출 품목 중 관세 부과가 유예된 반도체(10.7%)만 증가세를 보였고, 가전(-30%), 컴퓨터 기기(-23%), 석유 제품(-22%), 철강(-8.7%), 자동차(-6.5%), 정밀 기기(-5.9%) 수출이 모두 격감했다. 미국과 함께 중국 수출도 3.4% 감소해 이중의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95%에 달한다.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미국·중국의 관세 전쟁은 한국 경제를 위기로 내몰 메가톤급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지칭하면서 무역 흑자 축소, 알래스카 LNG 개발 투자, 방위비 추가 분담 등 전방위적 부담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중국에 ‘104% 추가 관세’라는 기록적인 상호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이 대 미국 추가 관세율 84%를 물리며 반격했다. 미국이 중국을 ‘관세 폭탄’으로 공격하면 중국이 즉각적으로 맞대응하면서 세계 경제가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관세법·대외무역법 등에 근거해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기존 34%에서 84%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2월과 3월 펜타닐 유통을 문제 삼아 총 20% 관세를 중국에 추가했고, 2일에는 중국에 상호 관세 34%를 책정해 추가 관세율을 54%로 올렸다. 이후 중국이 미국에 34%의 보복관세를 결정하자 미국이 또다시 50%포인트를 추가관세 폭탄을 날렸다. 이에 중국이 미국에 84%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조치로 응수한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같은 날 미국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인공지능(AI)·항공우주·드론 등 첨단 기술 관련 미국 기업 12곳을 ‘수출 통제 관리 명단’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에 따라 이들 기업에 이중용도(민·군 겸용) 물자를 수출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은 WTO에 보낸 성명서에서 “상황이 위험할 정도로 격화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은 WTO 회원국 중 하나로서 중국은 미국의 무모한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확고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양보 없는 강대강 대치 전선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상을 보면서 초조감과 울화가 치민다. 그래도 인내하면서 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기업들은 관세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미국·중국 대신 유럽·중동·남미·동남아·인도 등지의 수출 비중을 늘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울러 관세전쟁에 비켜나 있으면서 수출 확장 잠재력이 큰 방산·원전·조선 산업을 더 키워 수출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동맹 계산기’를 두드리는 트럼프를 보면서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 모든 국가전략이 경제와 안보, 교육에 집중하길 바란다. 한국이 당면할 문제는 방위비 분담, 미군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비용 부담, 국방비 증대와 무역 수지 흑자 감축 압박일 수 있다.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하고 한국을 패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국방부가 향후 5년간 매년 8% 예산 감축을 추진하는 만큼 주한미군 감축,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조정 가능성도 있다. 이에 초당적으로 유연하게 대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