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으로 이어가는 청주의 매력

2025-05-08     충청일보

[충청광장] 박정숙 청주시정연구원 책임연구위원

5월, 봄의 절정을 알리는 화창한 햇살과 신록의 물결 속에, 전국은 다채로운 축제로 들썩인다. 청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꿀잼도시를 지향하는 청주는 ‘도시농업페스티벌’을 시작으로 ‘피크닉 콘서트’, ‘청주가 그린Green 페스티벌 가드닝’, ‘청남대 재즈토닉’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축제들을 통해 시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다.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나 즐길거리를 넘어서, 지역의 문화와 역사, 자원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살아있는 플랫폼이자,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동력이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 친구와 함께하는 체험 관광객, 역사문화에 관심 있는 탐방객 등 다양한 수요층을 불러모을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이 된다.

이러한 관광 수요를 지역경제와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관광기념품과 지역 콘텐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관광기념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지역을 경험하고 체험한 관광객에게는 친구·가족·연인과 함께한 즐거운 순간을 기억하고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의 매개체이며, 아직 그 지역을 방문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 지역을 알리고 방문을 유도하는 홍보 수단이자 매력 요소로 작용한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양한 관광기념품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 지역 방문 후 가족·친구·지인에게 그 지역의 기념품을 선물로 사가는 ‘오미야게(お土産)’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다. 일본에서 ‘오미야게(お土産)’는 단순한 선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여행에서 얻은 추억과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고, 여행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의 특색을 살린 공예품,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가공식품, 축제 한정 디자인 제품 등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한지 노트와 전통 부채, 제주에서는 감귤 초콜릿을 비롯한 파생상품, 대전에서는 성심당 빵, 경주에서는 황남빵, 부산에서는 삼진어묵 등 대표 기념품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만, 청주는 어떠한가?

문화의 도시, 직지의 도시, 공예의 도시, 문화제조창과 공예비엔날레의 도시인 청주에는 아직 ‘대표 관광기념품’이라 불릴 만한 상품이 떠오르지 않는다. 청주시는 그동안 문화도시 조성사업,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 청주공예비엔날레 등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알리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왔다. 그러나 이를 관광객의 손에 쥐어줄 수 있는 형태로 상품화하고 유통하는 기념품 정책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일부 공방이나 개인 작가의 작품이 소규모로 유통되고 있지만, 대중성과 접근성을 갖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따라서 청주시의 관광기념품 활성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의 시그니처 기념품 확보를 위하여 스토리텔링과 디자인이 결합된 매력적인 관광기념품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MZ세대와 외국인을 겨냥한 미니멀하고 세련된 감성의 상품 라인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관광객이 쉽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인프라 확충이 요구된다. 관광지 내 팝업스토어, 전용 판매 코너,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접점을 넓힐 수 있다. 셋째, 지역 청년 디자이너와 공예가와의 협업 시스템 구축을 통해 지속적인 신상품 개발과 창작자 육성을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광기념품 인증제도를 도입해 품질과 신뢰도를 확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청주는 이미 훌륭한 문화 자산을 지닌 도시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자산을 관광객의 손에 담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일이다. 관광기념품은 작지만 강력한 문화 메시지이자, 도시 브랜딩의 결정체다.

청주의 기억을 담은 관광기념품 하나쯤은 누구나 챙겨갈 수 있는 도시, 바로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관광정책의 방향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