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과 임도 확충
[교육의 눈] 김재국 문학평론가·에코 색소폰 대표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3일 만에 영덕까지 넘어가며 서울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산림을 불태웠다. 대형 산불의 신속한 진화를 위해서는 임도 확충이 필수적이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국내 임도의 총 길이는 2만 6789km로, 1ha당 4.01m에 불과하다. 이는 산림 선진국인 독일(54m), 오스트레일리아(50.5m), 일본(23.5m)과 비교할 때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산림 면적이 넓고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가 1,000건 이상인 반면, 산불 진화 임도 비율은 10%로 독일(20%), 오스트레일리아(30%), 일본(15%)에 비해 낮은 편이다. 산불 발생 빈도에 비해 임도가 턱없이 부족하여 대형 산불은 이미 예고된 것과 다르지 않다. 산불이 발생하면 소방차와 같은 대형 차량이 진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임도가 없는 지역에서는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진화 헬기를 활용하더라도, 이착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환경보호단체는 산림 생태계 보호와 산사태 위험, 자연 훼손을 이유로 임도 확충을 반대하고 있다.
먼저, 임도는 산불 발생 시 초기 대응을 위한 빠른 진화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임도가 없다면 진화 장비가 산불 발생 지역에 접근하기 어렵고 초기 대응이 지연되면 산불 피해가 확대된다. 따라서 임도 확충은 산불 진화의 효율성을 높여 피해 확대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임도가 확충되면 빠르게 산불의 진화가 가능하고, 대형 산불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또한, 임도 확충과 산림 훼손은 직접적 상충 관계가 아니다. 제대로 설계된 임도는 산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산림 관리에도 유익하다. 임도 확충은 단순한 도로 건설이 아니라, 산불을 예방하고 건강한 숲을 가꾸는 데 필요하며, 산림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산림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친환경적 임도 설계는 산사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설계 시 경사도가 높은 지역을 고려하고, 계곡의 수로를 막지 않도록 하며, 토양 보강 작업을 병행하면 된다. 산사태 예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임도 확충은 산림 복원 기술을 동반하여, 임도 주변에 식물을 식재하거나 토양 보호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끝으로, 임도 확충은 산불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를 막을 수 있다. 임도가 부족하면 산불 발생 시 초기 대응이 늦어져 산림 훼손은 물론 농경지나 민가, 기존 인프라까지 피해를 입게 되어 경제적 손실이 커진다. 또한,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누구도 책임지지 못한다. 임도 확충은 산불 진화의 신속한 초기 대응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민 안전을 도모하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 이를 통해 장기적인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환경보호단체의 임도 확장 반대 입장은 산림 생태계 보호 등과 관련된 우려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산림이 모두 잿더미로 변해버린 상황에서도 이러한 주장이 유효한지 의문이다. 임도 확충은 산불 피해를 줄이는 데 필수적 인프라이며,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