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는 엄마

2011-09-20     윤한솔
유태인의 어머니들이 하루를 보내는 일과 중에는 잠자리에 든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나이가 아주 어린애에게는 자장가를 들려주거나 음악을 들려주지만 적어도 세 돌이 지난 어린이에게는 반드시 책을 읽어준다. 침대에 누운 어린이가 잠들기 전에 침대 옆에 앉아 다정한 음성으로 소곤소곤 책을 읽어간다. 낮에 꾸짖은 일이 있거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은 일이 있거나 해서 불만해 하거나 침울해 하는 일이 있으면 먼저 어머니의 자애로운 손길에 의해서 기분을 풀어준다. 그리고 한참 책을 읽어가다 보면 어린이는 고이 잠든다.

이것은 유태어머니의 중요한 일과의 하나이다. 하루의 일과가 피곤하고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베드사이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은 주이슈 마더의 의무로 되어있다. 이와 같은 베드사이드 스토리는 무엇보다도 어린이의 언어발달에 도움을 준다. 한참 말을 배우고 익히려는 어린이에게 풍부한 어휘를 공급해준다. 어린이는 새로 듣는 어휘가 있을 때 어머니에게 그 뜻을 물어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문맥을 통해서 자기 나름의 이해를 한다. 이렇게 해서 어린이가 4세 정도가 되면 평균 1500개의 어휘를 습득하게 되나 유태의 어린이는 그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어휘를 이해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어머니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완전한 표현방식을 습득하는 지름길이 된다. 어머니의 구두표현을 듣고 말을 배웠을 때 그것은 불완전한 표현이 되기 쉽다. 아무리 조심성 있게 말을 하더라도 구두로 표현한 것은 책에서 문장으로 표현한 것보다 허술하기 마련이다. 연구가들의 보고에 의하면 사회계층이 낮은 가정에서 어머니가 어린이들에게 일상하는 말을 조사해보면 그 대부분의 불완전한 문장으로 되어있거나 문장이라기보다도 그저 어휘를 나열하는 식의 짤막짤막한 표현이라고 한다. 이런 불완전한 어머니의 표현을 모델로 해서 말을 배우게 되면 거기에서 아름다운 표현방식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스토리를 통해서 어린이들은 여러 가지 개념을 배우게 된다. 길이의 개념, 무게의 개념, 색채의 개념,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 원인과 결과의 관계 등 어린이들이 보다 고차적인 생각을 하기 위하여 배워야 할 개념은 너무나 많다. 유명한 이솝우화 중에는 재미있으면서도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개념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이야기 중에는 여러 가지 개념이 이야기 줄거리에 스며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는 동안에 어렵지 않게 개념을 습득하게 된다.

인간이 만물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는 것은 인간만이 추리력, 상상력, 비판력, 창의력과 같은 이른바 고등정신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고등정신 능력은 하등동물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고등정신 능력은 바로 언어능력을 기초로 해서 발달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강점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된다. 언어가 있기에 인간은 추상적인 것을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만들 수도 있다.

오래전에 심리학자의 이런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이 있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 부부는 의논한 끝에 그들의 아들이 태어난 날 동물원에서 출생한 침팬지, 동물 중에서는 가장 머리가 뛰어나다고 하는 원숭이와 유사한 짐승 한 마리를 양자로 맞아들인다. 인간으로 태어난 아들과 침팬지 양자는 친형제처럼 심리학자 부부의 양육을 받으며 성장한다. 똑같은 것을 먹이고 똑같이 입히며 똑같은 애정을 주면서 양육한다. 약 6개월이 지난 후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은 아직 미미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침팬지의 성숙은 인간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1년이 지난 후 침팬지는 마당을 뛰어다니며 놀 정도가 되고 아버지의 눈치를 슬슬 볼 정도가 되었지만 인간은 이제야 걸음마를 시작할 정도 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나면서 인간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였으나 침팬지는 웬만한 말을 알아듣기는 하나 말을 하지는 못한다. 여기에서 인간은 침팬지의 앞서가는 발달을 앞지르기 위한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2년이 지나면서 인간의 발달속력에는 가속력이 붙게 되고 상당한 정도의 언어를 구사하면서부터는 침팬지가 흉내 낼 수 없는 추리력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경주는 인간의 승리로 여기에서 끝이 난다. 침팬지는 부모형제와의 석별의 정을 나누며 동물원으로 돌아갔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의 지능발달에 있어서 언어가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점을 입증해준다. 이점에서 인간의 최대의 무기는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린 시절 침대 곁에서 읽어주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결국 고등정신 능력의 발달을 자극하게 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윤한솔 홍익불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