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절지도
2025-05-20 충청일보
[살며생각하며] 박효영 궁중기록화가
(그림 설명)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는 진귀한 제기, 식기 등의 옛 그릇을 그린 기명도와 꺾인 꽃, 나뭇가지 등을 그린 절지도를 하나로 조화롭게 표현한 그림이다. 기명절지도는 정지되어 있는 사물, 생활 주변의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서양의 정물화와 비슷하게 보이나 사실적이고 정적인 서양에 비해 동양의 기명절지도는 부귀, 평안, 번영 등을 나타내는 소재의 상징성과 생동감있는 표현에서 뚜렷하게 구분된다. 당시 조선 사회에서 실용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던 도자기, 놋그릇, 주전자는 그 자체로도 미적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며,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꽃과 나뭇가지도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국화는 고독과 품격을, 난초는 고상함과 인내 등 특정 계절이나 감정을 상징하며, 그 종류과 색감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다. 이러한 그릇과 식물들은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하며, 자연과 인간, 사물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제작 후기) 기명절지도는 단순한 미술 작품을 넘어서, 당시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그릇뿐만 아니라 꽃과 나뭇가지의 세밀한 묘사와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이를 통해 이들이 갖는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강조하여 표현하였다. 특히 고급스러운 향로와 그릇 등을 통해 상류층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을 표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