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운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다듬는 것”

‘공부하는 명리학자’ 이재학 청담사주 대표

2025-05-21     김재옥 기자
▲ 이재학 청담사주 대표.

 

“명리학은 평생 공부해야 할 학문입니다. 사람을 다루는 일이니까요. 가볍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충북 청주시에서 청담사주(청주시 상당구 목련로 68·☏010-7155-6690)를 운영 중인 명리학자 이재학씨(69)는 자신을 ‘공부하는 명리학자’라고 소개한다. 단순히 운세를 점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탐구하고 인간의 흐름을 이해하려는 학문적 태도를 바탕으로 상담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명리학은 고정된 답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며 끊임없이 다시 묻고, 다시 배우는 일입니다.”

이씨는 강원대학교 회계학과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교사 출신이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마주하며, 그는 ‘사람은 왜 이렇게 다른가’라는 질문을 품게 됐다. 똑같은 환경에서도 전혀 다른 반응과 성장곡선을 보이는 학생들을 보며, 타고난 기질과 삶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명리학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거듭하며 그는 명리학이 단순한 점술이 아니라 논리와 구조를 갖춘 깊은 인문학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교직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명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주명리학은 물론, 주역, 사서삼경, 동양철학까지 그의 공부는 넓고 깊다.

그는 “이해 없이 말하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면서 “그래서 지금도 매일 책을 펴고 공부한다”고 전했다.

그의 학문적 태도는 강의로도 이어진다. 그는 증평문화원에서 명리학 강사로 활동했으며 지금도 꾸준히 소규모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명리학의 기초부터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풀어내는 그의 강의는 이론과 실천을 아우른다.

“가르치는 건 또 다른 공부입니다. 질문을 받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 자신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죠.”

그는 상담을 ‘정답을 제시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과정’이라 여긴다. 그래서 청담사주를 찾는 이들에게도 섣불리 해답을 주기보다, 오히려 조용히 질문을 건넨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는 물음이 나올 때, 그는 “당신은 지금까지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왔나요?”라고 되묻는다. 방향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재학씨의 상담은 소신 있고 정직하다. 듣기 좋은 말보다는 삶을 직시할 수 있는 단서를 준다. 그래서 오히려 그를 찾는 이들 중엔 인생의 전환기에 선 사람들이 많다.

“진짜로 길을 묻고 싶은 분들이 와요. 그럴수록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습니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내담자에겐 상담을 멈추고 전문적인 치료를 권유하기도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과 한계를 정확히 아는 태도는 그의 오랜 교사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을 마주할 땐 늘 조심스럽고 겸손해야 해요. 절대 가볍게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는 또 명리학을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수 있을지도 고민 중이다.

현재 그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정기후원자이며, 앞으로는 지역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후원과 심리·진로 상담 활동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명리학을 통해 어린 세대가 자신을 이해하고 긍정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것이다.

청담사주의 상담실 한편엔 고서와 현대 명리학 이론서가 꽂혀 있다. 명리학이 유행처럼 소비되는 현실에서 그는 여전히 묵묵히 책을 펼친다. 사람의 마음과 삶을 다루는 일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운명은 정해진 게 아닙니다. 자신이 타고난 방향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선택하고 다듬어가는 겁니다. 결국, 명리학은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공부죠.”

점이 아닌 공부, 해답이 아닌 이해.

이재학씨는 오늘도 청주의 작은 방에서 누군가의 인생 앞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그는 여전히 ‘공부 중’이다. 그리고 그 겸허한 자세가 그를 더 깊은 명리학자로 만든다. /김재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