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원선 청주시립국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삶도 음악도 청주에… 김원선 예술감독 재위촉
청주시립국악단 김원선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지난 23일 재위촉됐다. 2023년 7월 처음 청주시립국악단 지휘봉을 잡은 그는 청주와 국악단의 길을 함께 걸은 지난 2년을 “마음을 다해 음악과 사람에 집중했던 시간”으로 돌아봤다.
그 시간은 음악을 넘어 일상까지 이어졌다. 그는 초임 위촉 이후 청주로 이사하며 주민등록까지 옮겼다. ‘청주 사람’으로 ‘청주의 소리’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주시립국악단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었고, 청주를 더 가까이서 느끼고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김 감독은 지휘봉을 잡기 전부터 청주와 국악단을 진심으로 대했고, 그 진심은 삶의 터전까지 옮겨놓게 했다. 낯선 도시였던 청주는 이제 그의 음악이 뿌리내릴 따뜻한 안식처가 됐다.
그의 첫 공식 무대는 관객 앞이 아닌, 수해 현장에서 펼쳐졌다.
취임음악회를 앞두고 청주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예정돼 있던 취임음악회는 결국 취소됐고, 김 감독은 조용히 수해 현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무대 위 지휘봉 대신 그는 진흙 속에서 삽을 들었다.
“첫인사를 드리는 자리였기에 오랜 시간 준비해왔지만, 피해복구가 우선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아픔 앞에서 무대에 오를 수는 없었습니다.”
공연을 못 하는 대신 그는 피해를 본 이웃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음악 이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선택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196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한국음악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 정악 및 대취타 이수자로 전통음악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으며,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 영동난계국악단 상임지휘자를 지냈다. 현재는 전북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다양한 무대를 경험한 그는 이제 청주만의 색을 입힌 음악을 만들고자 한다.
“지난 2년이 청주를 배우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청주만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지역예술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곧 청주의 소리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완성되는 무대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반기에는 지역 연극인들과 손잡고 가족극 형식의 창작 공연을 준비 중이다. 아이들과 어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따뜻한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계획이다.
“전통음악과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공연이 될 겁니다. 국악이 어렵지 않다는 걸,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청주의 이름을 걸고 서는 전국 무대도 예정돼 있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에 청주시립국악단을 이끌고 참가하고, 영동국악엑스포 무대에도 올라 충북을 대표하는 국악단으로서의 면모를 선보인다.
김 감독은 언제나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다.
“음악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닙니다. 함께할 때 진짜 울림이 생기죠. 단원들과의 호흡, 지역과의 연대, 관객과의 공감이 국악단의 진짜 힘입니다.”
이제 그는 무대 위뿐 아니라 삶의 자리에서도 청주와 함께 숨 쉬고 있다. 일상을 청주에 두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음악을 완성해가는 지휘자. 김원선 감독의 다음 2년은 그가 ‘청주 사람’으로서 써 내려갈 새로운 국악의 이야기다. /김재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