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담아 들어봐. 들려!

2025-05-27     충청일보

[교육의 눈] 임명옥 우송대학교 교수

2011년에 졸업한 베트남 학생이 모교를 찾았다. 현재 베트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 2개월 전에 한국에 왔단다. 참 반갑다. 필자의 눈에는 여전히 20대 같은데, ‘선생님, 저 마흔이에요’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마침 필자가 가르치는 반에 베트남 학생들이 다수 있어서, 후배들을 격려해달라고 부탁했다. 함께 교실에 들어가 후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선배로서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을게요. 그런데 공부! 정말,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친구 많이 사귀고, 여러 곳을 여행하세요. 제가 20대로 돌아가면 이 세 가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온 상당수 유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 일부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학생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한다. 그런 상황을 잘 아는 선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자고 조언한 것이다. 필자는 졸업생의 조언이 애원처럼 들렸다. 공부 기회, 사람과 세상 경험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졸업생의 조언이 필자 마음을 뜨겁게 울렸다.

졸업생이 돌아가고, 만남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주문을 걸었다. 선배의 조언을 ‘제발 귀담아 들어라, 귀담아 들어라, 귀담아 들어라’ 되뇌었다. 순간 졸업생의 조언이 형광펜으로 밑줄 친 것처럼 뚜렷하게 필자의 귀로 쏙 들어왔다. 그리고 졸업생의 조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핵심 역량이 ‘시간 관리’이고, 그것을 한국어 교실에서도 가르쳐야 하는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부모 형제를 떠나 한국에 온 어린 학생들은 꾸역꾸역 밀려드는 외로움과 피곤함을 늘 옆에 달고 지낸다. 특히 아르바이트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은 제시간에 학교 오기도 쉽지 않고, 와서도 자꾸 감기는 눈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학생들의 고생이 가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기를, 너무 먼 훗날 정신을 차리게 되는 그런 고생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유학생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필자와 같은 한국어 선생은 학생들에게 시간 관리 방법을 가르칠 역할을 기꺼이 맡아야 할 거 같다. 학생들, 특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시간 관리를 못해서, 결국 자기관리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피곤해하는 학생을 보면 공부보다 건강 해칠까를 먼저 걱정하게 된다. 상담을 해보면 피곤함 뒤에는 시간 관리를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쉬고 잘 시간에, 쉬지 않고 자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쉬고 자는 시간을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6월 2일 한국어 연수생의 여름학기가 시작된다. 첫날 일과표, 주간 계획표를 작성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해야겠다. 두 부를 작성해서 한 부는 필자가 갖고, 수시로 꺼내 보며 학생들이 일과표대로 생활하면서 시간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챙겨야겠다.

졸업생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보니, 선생으로서 놓치고 있는 게 들렸다. 후배들도 귀담아 듣고자 하면 들릴 것이다. 선배가 느끼는 젊은 날의 아쉬움을 후배들은 덜 아쉬워했으면 하는 진심, 지금 힘든 거 알고 있다는 위로의 진심이 들릴 것이다. 들리면 성장할 수 있는 길도 찾을 수 있다. 귀담아 들어봐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