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곰(Lagom)' 리더십

2025-06-03     충청일보

[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5월 28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스웨덴 국회에 5번 당선된 올레 토럴 국회의원이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스웨덴의 리더십을 소개하였다. 마침 대선이 코앞이라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강의가 진행되었다. 그가 소개한 스웨덴 리더십 '라곰(Lagom)'은 9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갈등을 피하라. ② 불필요한 위계를 피하라. ③ 공감대를 형성하라. ④ 팀으로 일하라. ⑤ 신중하게 들어라. ⑥ 지시하지 말고 코치하라. ⑦ 책임을 나누라. ⑧ 서로 믿으라. ⑨ 다른 사람들이 성장하도록 격려하라.

자세히 보면 이 9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조직 안에서 갈등이 일어났다면 아마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서로 믿지 못하거나, 서로의 의견을 신중하게 들어주는 분위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조직의 다른 사람들이 성장하도록 격려하면서 코치하고, 위계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관계가 되도록 팀을 구성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올레 토럴 국회의원의 강의에 뒤이어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리더십에 대한 질문뿐 아니라,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토럴 의원의 관점, 스웨덴 사회의 양성평등 구조에 대한 질문, 이주민의 사회적 갈등과 교육에 대한 질문, 심지어 스웨덴의 젤리와 사탕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 등 내용은 다양했지만, 하나하나의 질문에 성의껏 다양한 각도에서 답을 해주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교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스웨덴의 교사로 활동하다가 국회의원이 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서 가르침을 실천하는 교사의 모습과 국회의원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길러야 할 인재의 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강의는 이태석 재단에서 후원하였는데, 이태석 재단은 남수단에서 의료와 교육 봉사를 통해 한센병 등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성장을 도왔던 이태석 신부님의 뜻을 기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단체이며, 2025년에는 유엔 NGO 단체로 등록되었다. 

이태석 신부님은 내전으로 고통받는 남수단으로 가서 성당을 짓기 전에 학교를 짓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사랑을 몸소 보여주고 음악을 통해 인성을 길러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그들이 꿈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대장암으로 47세에 요절했지만, 2001년에서 2008년까지 짧은 기간 동안 그가 기른 학생들은 그를 닮은 사람이 되어갔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가 되고 공학자가 되었으며 공부를 계속할 수 없는 학생들도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남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태석 신부님으로부터 자신을 닮아가는 제자를 길러내는 진정한 교육자로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온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강의를 들었던 예비교사들도 미래의 교육자로서 어렵고 힘든 학생들을 돕고 성장시키는 일이 자신의 직업이 가지는 가치가 임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강의를 들었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는 다음 학에 교양강좌로 '이태석 리더십'이라는 강좌를 개설한다. 그리고 이 강의를 통해 미래의 교사가 될 예비교사들이 세계라는 넓은 환경 안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해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