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

2025-06-12     충청일보

[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유월의 신록은 나날이 더 푸르지만, 요즘 웃을 일이 별로 없다가 자랑스러운 승전보로 모처럼 환호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6일 오전 3시 15분(한국시간) 이라크의 바스라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9차전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우리는 5승 4무(승점 19)를 기록하여, B조 1위를 차지하며 남은 쿠웨이트와의 10차전 결과와 무관하게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 확정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날 축구 중계를 시청하고 싶었으나 한밤중이라 포기하고 궁금한 심정으로 11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도 울리지 않았지만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아침이 아니고 새벽 3시 20분이었다. 서둘러 중계방송을 보며 응원했다.

전반 초반에는 이라크가 강하게 압박을 가하며 좀 더 주도하는 것 같아 초조했다. 슈팅도 이라크가 먼저 하며 한국을 위협했다. 전반 24분쯤 뜻밖의 중대한 장면이 발생했다. 공격수인 알하마디가 머리를 들이민 조유민의 안면을 발로 가격했다. 처음에는 경고 카드가 나왔으나 VAR 판독 끝에 레드카드로 바뀌어 퇴장을 당했다. 그 선수는 이라크의 주공격수라 한다.

수적인 우세로 유리해진 한국은 이후 경기를 지배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여러 차례 시도한 슈팅이 골문 옆으로 살짝 벗어나고, 헤딩슛이 골대 상단을 맞고 튕겨 나왔고, 어떤 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등 골운도 따르지 않아 너무 안타까웠다. 이라크도 간간이 공격하기도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간절히 바라며 지켜보아도 우리의 선취골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3분이 흐른 전반 48분 이강인이 왼발로 감아 찬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고, 49분쯤에는 박용우의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다가 전반전은 득점 없이 0-0으로 종료되어 불안하고 안타까웠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부터 김진규를 교체 투입하며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6분에는 문선민, 오현규를 넣어 변화를 주어 곧바로 성공했다. 황인범과 오현규의 유효 슈팅이 나오며 조금씩 이라크 수비를 흔들더니 드디어 후반 18분 선취골이 나왔을 때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오른쪽에서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김진규가 오른발 슈팅으로 드디어 골망을 흔들었다.

우리의 파상공세는 계속 이어졌고, 후반 29분에는 이재성을 대신해 전진우가 교체 투입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전진우는 들어오자마자 과감한 돌파를 하며 패스, 슈팅을 시도하여 대견스러웠다. 후반 37분, 전진우가 낮게 깔아준 패스를 오현규가 오른발로 두 번째 골을 성공하여 어느 정도 안도할 수 있었다. 경기 종료 때까지 주도권을 잃지 않고 2-0으로 승리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하여 온 국민에게 큰 선물을 주었다.

이번 이라크 원정은 여러 가지 악조건이었다. 전세기를 동원했어도 11시간의 장거리 비행, 시차 적응, 35도가 넘는 무더위와도 싸워야 했다. 수비 핵심 김민재가 부상으로 제외됐고, 주장인 손흥민은 발 부상 여파로 출전하지 않았다. 이강인과 황희찬도 여러 사정으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라고 한다.

이라크전 통쾌한 승리로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내년 북중미 대회까지 전 세계 6번째이자 아시아 국가 최초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1954년 스위스 대회 첫 출전을 포함하면 통산 12번째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선수단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10일 밤 8시, 안방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전도 젊은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키며 4-0 대승으로 마무리 짓고, 기적 같은 무패로 월드컵 예선을 통과했다. 앞으로 더욱 철저한 준비와 훈련을 해서 북중미 월드컵에 가서 원정 8강 이상 성적을 올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