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세상을보며] 안용주 전 선문대 교수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데 서슴치 않았던 정권이 전두환과 윤석열이다. 윤석열은 이미 대선후보 시절에도 “전두환, 군사 쿠테타와 5.18 빼면 정치는 잘했다”며 칭찬했던 인간이다.
실패하지 않았다면, 전두환의 성공한 쿠테타를 모범 삼아 본인도 5.18 광주민주화운동때처럼 국민에게 총을 난사하고, 헬기로 기총사격을 하고, 특수부대를 투입해서 수 천명의 희생자를 만들어 냈을 것으로 보인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처럼 윤석열의 됨됨이에 대해서는 대선 후보시절부터 불리운 ‘입벌구(입만 벌리면 구라(거짓말)’라는 별명만 보아도 짐작이 간다.
지난 6월 3일 영구집권을 꿈꿨던 내란(비상계엄)으로 심판받은 윤석열을 대신해서 제21대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다. 윤석열이 만든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마침내 통과해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思考)를 가진 사람들이 망가진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사회가 바뀔리는 만무하다. 왜? 여전히 우리 주변은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이다.
‘나라 다 팔아먹어도 새누리당’이라는 어느 울산아주머니의 당당함처럼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대구・경북(TK지역)은 67.62%와 66.87%로 열 명 중 7명이 내란을 일으킨 세력을 위해 몰표를 주었다.
현 국회의원(국힘)가운데 영남비율이 무려 65.6%에 이른다. 국힘당은 이미 ‘영남당’으로 전락했고, 공천만 받으면 다음에도 당선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켜도, 국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눠도, 지역주민을 위한 쓴소리보다는 내란세력을 옹호하고, 이들을 추궁하는 국민들에게 오히려 막말을 퍼붓고 있다. 이들의 이런 믿음은 ‘투표’라는 막강한 권리를 쥐어줘도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모르는 맹목적인 자신을 향한 바보같은 소신의 산물이다.
오늘 읽은 글 중에 공자가 말한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반 평생을 교수라는 직업에 종사했지만 여전히 내게는 모든 사람이, 보이는 사회현상이 배움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배우기만 하고 생각(思)하지 못하면, 행여 생각을 게을리하면 배움은 의미 없다”는 말씀이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는 자는, 이태원의 비극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놀러가서 죽은게 무슨 비극이냐고 손가락질 하고,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희생자 가족 옆에서 치맥파티를 하는 집단을 옹호한다. 이런 어리석음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TK지역에서는 빨간색만 달면 의원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저버릴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저들의 비통(悲痛)함은 머지않아 나의 비극(悲劇)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아픔이든 타인의 아픔이든 사회적 비극을 모두의 비감(悲感)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과 과감하게 단절할 줄 아는 사유(思惟)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을 수렁으로 몰고가던 타락한 자들이, 뜻이 있고 정상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국민들에 의해 무릎을 꿇었다. 이들 내란세력을 멈춰세운 것은 나와 너가 아닌 우리와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뇌(腦)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하는 양심 덕분이었다.
우리 사회를 이렇게 좀먹게 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자들은 자신의 욕망에 혈안이 된 언론의 잘못이 가장 크다. 한국의 언론이 기레기(기자+쓰레기 합성어), 기데기(기자+구데기 합성어)로 불리우며, 신뢰도 세계 꼴찌를 자랑하게 된 것도, ‘말해야 하는 순간에는 긴 침묵(沈默)’으로 일관하고, 비난에도 관용을 베푸는 집단에만 린치를 가하는 편협되고 졸렬함의 극치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옳은 것은 옳다하고 그릇된 것을 아니라고 말하라. 그렇지 않으면 악을 행하는 것이다(마태5:7)’라고 적고 있다.
배우되 생각하지 않는 것, 옳은 것에 대해 옳다 그른 것에 대해 그르다 말하지 않는 것은 모두 악(惡)에 동조하고 거악(巨惡)을 키우는 일이다.
선악(善惡)을 구별할 줄 알고, 타인의 비통(悲痛)에 공감할 줄 알고, 어리석음과 헤어질 결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