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베개
[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대략 2년 전쯤 아들·며느리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검색하여 보니 상상외로 엄청난 고가(高價)라서 깜짝 놀랐다. 좀 더 살펴보니 발명특허를 취득한 기억의 베개이며 건강에 좋은 숙면 베개라고 한다. 발명특허 취득은 근적외선 LED 빛, 네오디뮴 자석, 인체 공학적 디자인 등 크게 3가지인데, 내장된 최상의 근적외선과 가시광선 LED가 수면 시에도 머릿속에 작용하여, 건망증과 기억력 저하 등 뇌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면 좋다고 한다. 마치 필자를 위해 제작된 베개 같다.
숙면과 스트레스 해소, 치매 예방 등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부푼 기대로 사용하는 베개에 탈이 났다. 얼마 전부터 콘센트와 베개를 연결하는 직류전원장치(어댑터)의 접속상태가 좋지 않다가 아예 표시등이 켜지지 않았다. 수리나 부품을 사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당황했다. 그렇다고 비싼 베개를 고장 난 채로 쓴다면 좋은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걱정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용설명서라도 잘 보관하면 좋았는데 이제서야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좀처럼 연락처를 찾을 수 없어 전자제품 수리하는 곳에 가볼까 하다가 더 검색해보니 다행히 전화번호가 있어 기뻤다. 그 부품을 살 수 있나 알아볼 참이었다. 전화로 어댑터 선이 끊어졌다는 설명을 하니 “알았습니다. 오늘 보내드리지요.”하며 흔쾌하게 받아들이는 말씀을 듣고 참으로 고마운 분이고 믿을만한 업체라고 감동했다.
이튿날 오후에 작은 종이상자가 택배로 왔다. 어제 그분이 보내준 어댑터였다. 착불인 줄 알고 택배비를 배달원에게 주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택배비까지 부담해서 보내준 것이기에 더욱 고마웠다. 신속하게 정성껏 보내준 그분에게 감사 전화라도 하고 싶었는데 밤늦은 시각이라 문자로 고마움을 전하니 즉시 답장도 오다니…….
“대표님께, 베개 어댑터를 속히 보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선물 받은 값비싼 베개를 애지중지하며 사용하다가 웬일인지 어댑터 고장으로 걱정하다가 인터넷에서 어렵게 전화번호를 알고 전화했지요. 흔쾌히 보내주신다고 해서 아무래도 며칠 걸릴 줄 알았는데 오늘 오후에 잘 받았네요. 그 부품을 살 수 있나 문의하려 했는데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잘 사용하겠습니다. 베개 품질도 탁월하지만, 대표님 배려 덕분에 기쁘고 기운이 나서 폭염경보도 극복할 것 같습니다. 귀 회사와 대표님의 무궁한 발전과 더욱 일취월장하기를 기원합니다.”, “넵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본 제품은 수면을 통해 건강해질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니, 많은 사용자가 숙면하는 데 일조하여 건강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문의했을 때 그 업체에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사용자의 부주의로 고장이 났으니 A/S가 안 되고, 부품값과 택배비를 부담하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다른 물건을 샀을 때 A/S를 요구하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사소한 일 같아도 이런 책임과 믿음이 바탕이 되어 서로 존중하고 믿을 수 있는 행복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