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기간 음주 논란' 침묵하는 당사자들
보수단체 SNS 글·댓글도 논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2주기 추모 기간 중 김영환 지사와 김현기 청주시의장, 시의원들의 음주 회식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들이 직접적인 사과나 입장 표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음주 논란은 지난 12일 김 지사가 한 음식점에서 김 의장, 시의원 3명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찍은 사진을 참석자 중 한 명이 외부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이 사진에는 소주병과 맥주병이 놓인 상을 앞에 두고 술잔을 든 김 지사와 김 의장, 시의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문제는 당시가 충북도와 오송 참사 2주기 추모 주간이었다는 것이다. 이 기간 모든 직원이 추모 리본을 달고 특히 음주를 겸한 회식이나 유흥을 자제해 경건한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한 만큼 공직 윤리상 자숙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불거진 후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김 지사는 14일 대변인을 통해 "한 달 전부터 약속된 자리였고 도착했을 때 이미 술자리가 진행 중이었다"며 "권유로 맥주 1~2잔을 마셨다"라고 해명했을 뿐이다. 이어 "추모 기간 중 부적절한 상황으로 도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고 밝혔지만 정작 본인이 직접 나서 사과하거나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김 의장과 시의원들 역시 당시 입장을 듣기 위한 연락에 응하지 않은 채 사실상 논란에 대한 설명을 회피했다.
김 의장 역시 홍보팀을 통해 "지사와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비공식 간담회를 가져왔다"라며 "추모 기간이라는 엄중한 시기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는 입장만 전했을 뿐이다.
더욱이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사진을 공개한 인물로 지목된 시의원은 "자신이 유출한 것이 아니라 다른 시의원이 한 일"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보수 성향 시민단체 대표는 SNS에 "도지사가 젯상에도 술을 못 올리는가?", "연세 드신 분들의 반주도 욕이 되는가?"라며 옹호하는 글을 올려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지사 본인도 인정했듯 추모 기간 내 한두 잔이라도 술을 마신 것은 불찰이라고 해야겠다"라면서도 "침소봉대도 여간 심하지 않아 이면에 숨어 있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 자리를 술자리로 단정한 것은 엄밀한 매도"라고 말했다.
이어 "술 마시자고 만든 자리가 아니고 식사 자리를 겸한 회의 자리였고, 초청자인 시의장이 가볍게 반주로 한잔 따라주는 것을 뿌리치기 어려워 예의상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논의도 이뤄졌다 하니 이를 술자리나 술판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참사를 이제 그만 우려먹어라" 등의 댓글로 동조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논란이 단순한 공직자 윤리 문제를 넘어 정치적 프레임과 진영 간 대립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추모 기간에 자제하자고 말씀하셨던 본인이 술자리를 했고 앞에서는 애도와 위로를 하면서도 뒤로는 다른 행동을 취하는 이중적인 태도에 실망감이 크다"라며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다 보니 더는 기대하거나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장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