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10년 동안 엄마를 돌봤는데 상속은 다 똑같이 나눠야 할까?

2025-07-18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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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얘기 나오면 조용하던 가족들 사이에도 미묘한 기류가 생기곤 한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던 사이도 괜히 신경이 쓰이고, 특히 한쪽이 오랫동안 부모를 모시거나 간병까지 해왔는데 상속을 똑같이 나누자는 말이 나오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10년 넘게 어머니를 간호했는데, 그 수고가 아무 의미가 없나요?” 하고 묻는 분들이 꽤 많다. 그럴 때 설명드리는 게 바로 기여분이라는 제도다.

‘기여분’은 민법에 정해져 있는 제도다. 부모님(피상속인)의 재산 유지나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거나, 특별한 부양을 한 경우, 다른 형제자매들과 똑같이 나누는 게 아니라 그 기여만큼 더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쉽게 말하면, “정말 고생 많이 했으니, 그 부분은 상속에서 반영하자”는 취지다.

실제 사례를 들어 보자. A씨는 어머니가 편찮으신 뒤로 거의 10년 동안 간병을 혼자 했다. 간병인 없이 직접 돌봤고, 병원 진료나 식사, 위생까지 다 챙겼다. 심지어 어머니가 보유하고 계신 재산도 직접 관리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심지어 직장까지 그만두고 전업으로 어머니 곁을 지켰다. 형제들은 대부분 멀리 살았고 심지어 명절이나 제사 때에도 어머니를 찾지 않았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형제들이 모여서 “재산은 법대로 똑같이 나누자”고 했다. 부모 부양을 소홀히 한 자녀라 할지라도 상속결격이 아닌 이상 재산을 물려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법제 하에서 A씨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인정될 수 있는 것이 기여분이다. 기여분은 부모를 오랫동안 간병하거나

부모 재산을 직접 관리하거나 불려줬다거나 하는 경우 “기여가 있었다”고 법원이 인정해 주는 것이다.

A씨처럼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부양 의무가 1차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정되기 쉬운 편이다. 반면, 배우자는 본래 부부 사이에 부양 의무가 있기 때문에 웬만한 간병으로는 기여분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A씨는 이에 대한 입증을 위해 여러 자료를 준비해서 법원에 제출했다.

간호 기간과 그 방식, 직장을 그만두면서 생긴 경제적 손실, 병원비나 생활비 지원 내역, 형제들의 참여 유무 등.

이런 걸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법원은 전체 상속재산 중 약 25%를 A씨의 기여분으로 인정했다. 당시 부모로부터 물려 받는 재산이 100억 원 가량이었으므로, 먼저 25억원을 A씨 몫으로 떼어주고, 나머지 75억 원을 A를 포함한 공동상속인인 형제자매들이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나눴다. 결국 A씨는 기여분+법정상속분을 더해 다른 형제들보다 더 많은 상속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기여분은 증거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정적으로 “내가 더 많이 했다”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실제 자료를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병원 진료 동행 내역, 진단서, 간병 일지, 직장 퇴사나 소득 중단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부모 재산 관련된 관리 기록이나 통장 내역, 형제자매들과 나눈 문자, 가족회의 기록 등을 미리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된다.

참고로 기여분은 상속재산 분할 절차 안에서 주장해야 한다. 물론 작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유류분 규정에 따르면 2025년 12월 31일까지 입법되는 내용을 고려하여 유류분 소송에서도 기여분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재로서는 유류분 소송에서 기여분을 고려하지 않는다.

부모님을 오래 돌본 시간이 단순한 가족의 의무로만 끝나버리면, 돌본 사람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기여분은 그런 노력을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혹시 비슷한 상황에 있다면, 일단 자료부터 차근히 모아보고, 가능하다면 가족들과 충분히 대화해보는 게 좋다. 물론 그에 대한 정리는 쉽지 않을 것이므로 부득이한 경우 전문가 도움을 받아 기여분 청구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약력>

▲  조태진 변호사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사

한양대학교 법학과 학사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 / 변리사

(사)청년지식융합협회 이사

㈜굿위드연구소 자문 변호사

대한특허변호사회 이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 고문변호사

사단법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고문변호사

(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전)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

이코노믹리뷰 / 삼성생명 WM 법률칼럼니스트

내일신문 경제칼럼니스트

충청일보 '경제야 놀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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