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시·도지사, 폭우 피해 속 유럽 출장 논란

더불어민주당 "재난 위기 자리 비우는 사람 도백 자격 없어" 비난

2025-07-23     배명식 기자

재난급 폭우에 따른 피해 복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충북·충남·대전·세종 4개 시·도지사가 예정대로 유럽 출장을 떠나기로 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관련기사 13면>

이들은 모두 "불가피할 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전국에서 모두 28명이 죽거나 실종됐고 충청권에서도 인명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지역 재난 관리의 총괄 책임자가 해외로 나간다는 점에서 빈축을 사고 있다.

23일 충청권 4개 시·도에 따르면 시·도지사들은 23일부터 25일까지 잇따라 유럽 출장을 떠난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23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 

이어 이장우 대전시장과 최민호 세종시장이 24일 출국하고, 김영환 충북지사는 25일 유럽으로 출장을 떠난다.

이들이 유럽으로 가는 주요 이유는 2027년 충청권에서 열릴 예정인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하계U대회)를 앞두고 독일 라인-루르 대회 폐회식에 참석, 대회기를 인수받기 위해서다. 

이들은 "세계U대회 공식 일정을 비롯해 외자 유치 등 공식적으로 빠질 수 없는 자리"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지역 재난관리의 총책임자가 모두 공석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고 있다. 

충남은 이번 폭우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응급복구율은 21일 기준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농작물 침수 피해도 1만 6710㏊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세종의 경우는 폭우로 실종자가 발생한 사실을 23시간 동안 파악하지 못해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충북은 2년 전 폭우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1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고 당시에도 도지사가 일정을 핑계로 서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지사가 직접 추모기간을 선포해놓고 술자리에 참석하면서 비난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충청권 시도 중 대전시만 큰 피해없이 이번 폭우를 넘겼을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2023년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김영환 지사는 재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해 14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당했다"라며 "여전히 반복되려는 재난 현장 공백을 보며 '실패한 경험조차 배우지 못하는 무능'이라 비판받아도 마땅하다"고 힐난했다. 

이어 "대통령실조차 세종에서 발생한 실종 사고의 지연 인지 문제를 두고 컨트롤타워 작동 미흡을 지적하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라며 "그런데 김영환 지사는 책임자 공백이 왜 문제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공식 일정'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는 그쳤지만 복구는 한창이고 밤낮으로 숨막히는 폭염에 민생은 빨간불이 켜진 상태"라며 "김 지사는 유럽 출장을 즉각 취소하고 도민이 있는 현장에 집중하라. 재난 위기에 자리를 비우려는 자에게 도백의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논평을 통해 이들의 집단 출국을 '제2의 재난'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성토했다.

대전시당은 "괴물 폭우로 지역 주민들의 삶이 무너지고, 충남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 농경지가 침수된 가운데 시도지사들이 수해 복구보다 '유니버시아드 대회기 인수' 명분으로 유럽에 나간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라고 비난했다. 

이어 "시도지사 모두가 동시에 해외에 나서야 할 만큼 긴급하고 중요한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국제행사보다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우선이며 그것이 자치단체장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배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