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그 위대한 순간

2025-08-03     충청일보

[월요일아침에] 김영애 수필가 

사무엘의 기도하는 소년처럼 두 손을 모으고 TV 앞에서 나는 울고 있었다. 경이로운 감동의 눈물이다,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리얼하게 지켜보는 중이었다. 산모가 극도의 산통 끝에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는 초보 아빠는 산통으로 절규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는 눈물 콧물 흘리면서 안절부절 할 뿐이다.

“머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번만 더 한번만 힘을 주세요” 간호사는 힘을 부추긴다. 의료진은 숙련된 손길로 산모의 몸에서 아기를 꺼낸다. 세상 밖으로 건강하게 나와준 아기에게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의사는 “안녕”하며 첫인사를 한다. 그 ‘안녕’ 이란 말속에는 아가야! 반갑다, 고생했다. 환영한다. 등등 많은 메세지들이 함축된 인사말이었다.

드디어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수술실의 정적을 깼다. 바쁘게 움직이는 수술방 의료진들의 움직임이 민첩하다. 간호사는 아기의 출생 연월일 시간을 보호자에게 알리고 탯줄을 자르는 아빠의 손이 떨렸다. 몸무게를 재고 손가락 발가락을 세고 이상 없이 건강한 아기를 강보에 싸서 엄마 가슴에 안겨준다. 조금 전까지 산통으로 울면서 절규를 하던 엄마는 아기를 가슴에 품는 순간, 언제 아팠냐는 듯이 활짝 웃는다. "아가야! 반가워, 보고 싶었어..." 아기와 첫 만남 인사를 나누며 웃는데 눈물은 하염없이 흐른다. 아내의 얼굴을 감싸면서 “당신이 열 달을 고생했으니까 앞으로는 내가 다 고생할께!” 함께 기쁨을 나누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아내의 진통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남편도 아내 못지않은 마음의 진통을 함께 느꼈을 것이다. 그 찬란한 고통과 기쁨의 순간은 가슴에 각인이 되어서 삶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출산 과정 내내 울었던 나의 눈물은 감정 정화가 되어서 행복한 여운이 오래 남아있었다. 누가 TV를 바보상자라고 했을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나는 TV를 통해서 세상을 많이 배운다. 간접적인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내 마음 밭을 다스리기도 한다. 좋은 다큐나 여행 프로는 나를 아프리카 밀림 오지로 데려가기도 하고 영화 맘마미아의 촬영지였던 그리스의 아름다운 섬 스키아토스 해변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교육 방송의 인문학 강의는 무지한 나를 무한한 학문의 신세계로 이끈다.

모 방송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6부작 다큐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 프로는 감동적이었다. 저출산 시대에 소중한 생명이 탄생하기 전부터의 고귀한 출산의 여정을 함께한다. 특히 오직 출산 당일에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감동의 순간을 리얼하게 중계하는 국내 최초 출산 버라이티였다. 방송심의위원회에서 좋은 프로로 선정이 되었다니 시청하면서 흘렸던 나의 눈물도 의미가 더해졌다.

‘딩크(DINK)족’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Double Income No Kids’의 줄임말로 결혼해서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를 뜻한다. 이런현상은 사회가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이렇듯 어렵고 힘든 난관이 있더라도 결혼의 완성은 자녀를 출산해서 키우며 온전한 한 일가를 가꾸어가는 모습이 아름답고 거룩한 일이다.

아들 부부는 십여년전에 결혼과 함께 이쁜 첫 손녀를 안겨주었다. 며느리는 직장과 육아, 살림을 힘든 내색도 하지 못하며 잘 해냈다. 주말부부로 독박육아를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었다. 어느날 부부모임을 다녀온 며느리가 친구들 와이프들이 하나도 안낳겠다는 의견과 둘은 절대로 안낳겠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라고했다. 그럼에도 며느리는 둘째도 선물처럼 출산해서 두 딸을 화초처럼 이쁘게 키우고 있으니 기특하고 고맙다. 아들도 며느리의 출산의 고통과 기쁨을 지켜보며 함께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가슴깊이 간직하고 그것을 삶의 원동력으로 퍼 올리면서 살리라고 믿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