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완성된 한국의 카스트제도
[세상을 보며] 안용주 전 선문대 교수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영구집권을 목적으로 하는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77조에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중략)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즉, 1961년 육군 소장 박정희가 일으킨 5.16 군사쿠데타, 포스트 박정희의 자리를 노린 1979년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12.12 군사쿠데타로부터 45년 만에 OECD 선진국이라고 자랑하는 대한민국에 군병력을 동원한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권력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대통령 자리에 있는 무소불위의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영구집권'을 획책하기 위해 군병력을 동원한 쿠데타였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운 사실이다.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파괴하고, 왕권(王權)정치, 군주(君主)시대로의 역행을 통해 영구히 권력을 독점하고 싶은 욕망의 화신(化身)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맹자의 順天者存, 逆天者亡(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처럼 윤석열은 제대로 망했다. 그러나 영구집권을 꿈꾼 이번 친위쿠데타의 전모(全貌)를 밝히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국에 자리잡은 카스트제도를 목도(目睹)할 수 있었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의 신분제도로, 사회 구성원(국민)을 4개의 특정계층으로 나누고, 직업・사회적 지위・결혼 등을 제한하는 시스템이다. 5개의 특정계층은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전사・통치자), 바이샤(상인・농부), 수드라(노동자), 달릿(불가촉천민)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의 카스트 시스템은 다행(?)히 출생이 아닌 직업에 의해 구분되어 진다.
첫째, 법 위에 군림하며 법(法)을 작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초법적 존재들이다. 이들은 선발시험 혹은 자격시험을 통과해서 국가의 시스템에 올라탔지만, 일단 시스템에 올라타면 법(法) 해석을 통해 타인의 생사여탈권을 한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자들이다. 시쳇말로 정치판사, 정치검사 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둘째, 법의 해석에 영향을 받지 않는, 즉 행위에 처벌받지 않는 법의 비영향권 존재들이다. 이들은 초법적 존재들의 영향권 아래서 호가호위를 누리는 집단으로 국가 시스템에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올라탄 고위공직자들과 같은 엘리트 집단이다. 이들은 시쳇말로 초법적 존재들의 휘하세력 말하자면 '따까리'들이다.
셋째, 법(法)이라는 코뚜레에 코가 꿰인 대부분의 모범시민이라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묵묵히 4대 의무를 지키고, 어기면 여지없이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내거나 길거리에 쫒겨나기도 한다. 단 한 번의 신호위반으로 평생 전과자가 될 수 있고, 죽도록 일하고 밀린 월급을 떼여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기도 한다. 5년에 한 번 초법적 존재들과 맞짱을 뜰 수 있지만, 부족한 정보와 미숙한 자기성숙으로 인해 부화뇌동, 나락(奈落)을 선택하기도 하는 평범한 이들이다.
넷째, 법(法)이 던져주는 먹이에 길들여지며 권력과 사정의 칼 끝을 두려워하며 이들의 바짓가랑이 밑에서 기생하는 존재들이다. 시쳇말로 '기레기들'이다. 일본제국시대에 가장 악랄했던 자들은 일본인이 아니라 일본인의 밑에서 이들에게 독립운동가들을 팔아넘기며 호의호식했던 밀정이었다. 이들은 일본인을 등에 업고 독립운동가를 색출하고, 고문하고, 정보를 팔아넘겨서 자신의 배들 불렸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더 일본인다운 모습이 되고자 앙탈했고 악랄(惡辣)했다. 어쩌면 독재권력에는 아부하고, 만만한 민주정부에는 갈가마귀처럼 송곳니를 드러내는 언론(言論)이라는 권력에 심취해 있는 존재들일 것이다.
다섯째, 법(法)의 손길에서 벗어난 존재들이다. 법의 맹렬함이나 법의 따스함에서 이탈되어 스스로의 천형(天刑)을 묵묵히 감내하는 존재들이다. 법이 공정함을 잊어버리고 방황할 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은 양산된다. 성폭력 피해자나 가정폭력 피해자, 학대 노인, 노숙인 등 법은 있으나 도움이 되지 않는 법 밖(outlaw)에 있어 보호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회 시스템에서 배제된 사람들이다.
영구집권을 위해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 장본인은 보통사람들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짓거리를 통해 감옥에서조차 권력을 누리고 있다. 어리석은 자는 나를 위해 뽑은 국회의원이 내 목을 조여도 관습화된 자기 확신으로 인해 어쩌면 내일도 같은 행위를 반복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66조 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헌법수호란 무엇인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후략-’시작되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비롯한 132개조 및 부칙에 수록된 법을 수호하라는 것이다.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법은 수단일 뿐이지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법은 사회 구성원의 행동을 규제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구(道具)일 뿐이어야 한다. 법(法)을 ‘국민에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法)을 ‘국민을 위해’ 적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법(法)이 인간의 존엄성을 뛰어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