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박자

2025-08-25     충청일보

[교육의 눈] 김재국 문학평론가·에코 색소폰 대표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함께 호흡이 맞아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호흡은 박자이자 리듬이라 하겠다. 박자는 음악의 뼈대이고, 리듬은 그 위에서 변주와 패턴을 만드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도 다르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는 각자의 박자에 맞춰 걷고, 일하고, 살아간다.

음악에서 박자가 흐트러지면 연주가 어색해지듯, 일상의 박자가 무너지면 삶의 균형도 흔들린다. 박자와 리듬은 시간 속에서 질서를 만들고, 몸과 마음을 묶는 힘이다. 어떤 이는 빠른 박자로 앞질러 가고, 어떤 이는 느린 박자로 여유를 즐긴다. 중요한 것은 자기 박자를 알고 그것을 어떻게 지켜내는가 하는 점이다.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도 박자는 중요하다.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때로는 상대의 리듬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빠른 박자를 요구하는데 느린 템포로 대응하면 갈등이 생기고, 자기 리듬만 고집하면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관계의 조화는 결국 서로의 박자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남의 리듬에만 맞추어 살 수는 없다. 음악에 솔로가 있듯 인생에도 나만의 박자가 필요하다. 너무 빠른 리듬은 쉽게 지치게 하고, 지나치게 느린 리듬은 기회를 놓치게 하므로 균형이 중요하다. 빠름과 느림이 어우러지고, 그 사이사이에 쉼표가 있어야 한다. 쉼표는 소리가 없는 공백이지만 음악의 흐름을 완성시키듯, 인생의 쉼은 다음 박자를 위한 준비다.

삶의 여정에는 분주한 아침과 고요한 저녁, 바쁜 날과 여유로운 날이 공존한다. 이런 리듬 속에서 우리는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그 경험이 인생을 풍성하게 한다. 박자와 리듬이 경직되면 삶은 무미건조해지고, 질서 없이 흘러가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규칙 속에서 자유를, 틀 속에서 변화를 찾아야 한다.

박자는 단순히 음악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달리기할 때 일정한 호흡과 발걸음을 맞추지 않으면 금세 지치듯, 삶도 리듬을 잃으면 쉽게 무너진다. 독서의 습관, 운동의 주기, 식사의 규칙 모두가 작은 박자다. 이 작은 리듬이 모여 건강한 삶을 만든다.

또 나이를 거듭하면서 인생의 박자도 달라진다. 청년기에는 빠른 템포로 기회를 향해 달려가고, 장년기에는 일정한 박자로 책임을 감당하며, 노년기에는 느린 리듬 속에서 삶의 깊이를 음미한다. 이렇게 박자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지혜다.

오늘도 우리는 인생의 박자와 리듬을 느끼며 걸어간다. 그 걸음은 결국 한 편의 노래가 되어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 노래는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 태어나고, 다시 또 다른 이의 삶과 어우러지며 더 풍성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결국 인생은 혼자만의 독주가 아니라 함께 완성해 가는 교향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