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컬러 색동, 아우름과 어우러짐의 미학
[살며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알록달록 여러 색을 이어 붙인 색동에 특별히 관심을 가져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창덕궁 후원 정자들을 보러 갔다가 입장 시간을 기다리며 우연히 전통 아트샵에 들렀는데, 거기 전시된 흰 누빔 천 가방 포인트 장식 색동고름을 보는 순간, 단박에 색동에 매료되었다.
색동(色동)은 색상을 의미하는 한자와 옷감이나 색깔의 구획 혹은 이어 붙인다는 뜻의 순우리말이 합쳐진 단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나타나는 색동은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쳐 옷과 자수, 보자기 등 1,500년의 긴 세월 동안 생활 속 무늬로 계승 되어왔다. 여러 색 천을 이어 붙여 만든 줄무늬 자체는 다른 문화에도 있지만, 색동은 단순히 여러 색 천의 이어 붙임을 넘어 한민족의 고유한 미의식이 담긴 문화유산이다.
색동에는 세상 만물의 생성과 순환 원리를 설명하는 음양오행 사상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색동은 우주 만물이 목, 화, 토, 금, 수의 다섯 기운의 상생과 상극을 통해 역동적인 균형을 이룬다고 보는 음양오행 사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색동은 오행의 공간적 질서에 해당하는 동, 서, 남, 북, 중앙을 상징하는 청, 적, 황, 백, 흑의 오방색에서 출발하여 오방 사이 사이의 오간색까지 아우르며 다채로워졌다. 색동은 나아가 계절의 순환, 인간의 오장육부, 맛과 소리 등 세상의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통합적 세계관을 표현한다. 음양오행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공통적이지만 색동처럼 일상의 복식에 오랜 전통으로 이어온 것은 한국 고유한 문화적 특징이다.
이러한 철학적 배경 때문에 색동은 강력한 상징적 힘을 지닌다. 오행의 모든 기운을 두루 갖춘 색동은 그 자체로 완벽한 조화를 상징하여 예부터 아이의 돌이나 명절에 색동옷을 입히거나 혼례식 때 신부복에 색동을 달아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벽사기복의 염원을 담았다.
서로 다른 색들이 이어진 색동은 정적이지 않고 역동적이다. 마치 음악의 다양한 음이 리듬과 선율을 만들듯이 색동도 다양한 색들의 파노라마로 다채로운 리듬과 율동감을 준다.
색동은 서로 다른 색들이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나란히 공존하고, 오방색 사이의 혼합색인 오간색까지 자연스럽게 포용한다. 색동은 다양한 차이를 억압하거나 지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아우르며 더 큰 전체를 이루는 한국적 어우러짐을 미학적으로 구현한다.
색동은 서로 다른 색상들의 미학적 배치를 통해 화려하고 역동적이며 리드미컬한 대조와 대비, 대화와 상호작용, 견제와 균형의 공존과 화합의 생의 리듬을 펼쳐보여준다. 색동은 개별 요소의 완벽함이 아닌, 서로 다른 요소들의 조합과 조화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아우름과 어우러짐의 미학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