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와 뿌리로 엮은 세대의 서사, 대전 가을축제의 울림

전국 문중과 지역 예술인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무대 드론 불꽃쇼와 미디어아트, 가을밤의 감성 더해 중구 가을축제, 로컬투어까지 이어지는 문화 여정

2025-08-28     이한영 기자
▲ 2024 대전효문화뿌리축제 전경

가을이 깊어지면 대전 중구의 뿌리공원은 특별한 울림을 품는다. 

'효'와 '뿌리'를 주제로 세대와 세대를 이어온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오는 9월 26일 16번째 막을 올린다. 

한자리에 모인 가족, 이웃, 그리고 전국 각지의 문중들은 뿌리공원을 무대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축제는 세대 간 공감의 서사로 확장된다.

올해 축제의 시작은 전통과 현대가 나란히 걷는 문중 퍼레이드다. 전국 107개 문중이 참여해 성씨문화의 뿌리를 보여주고, 육군 군악대가 힘찬 행진으로 무대를 열며, 고려인 동포들이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한다. 뿌리를 잇는 이 장면은 '전통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품는다. 여기에 대통령상을 수상한 버드내보싸움놀이가 등장해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축제의 무대는 지역 예술인들에게도 열려 있다. 프린지 공연은 즐거움 속에 예술인들의 창작 에너지가 담기고, 주민과 함께 소통하며 어우러지는 공간이 된다. 또 주민이 주도해 꾸려가는 먹거리존은 '중구통' 지역화폐와 연결돼 순환경제의 기반을 만들고, 경품 이벤트는 참여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개막행사는 '중구 명문가'로 선정된 가문을 기리는 의식으로 시작된다. 극단 우금치의 개막 공연, 장사익의 울림 있는 축하 무대, 서경석 MC의 진행으로 이어지는 개막식은 축제의 무게감과 흥겨움을 동시에 담는다. 특히 내·외빈이 함께 참여하는 효 다짐 서명 퍼포먼스는 축제의 본질을 온전히 드러내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해가 지면 축제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뿌리공원은 미디어아트 대북 퍼포먼스, 드론 불꽃쇼, 유등천을 물들이는 유등 장식으로 화려하게 빛난다. 이 순간, 전통의 뿌리와 미래의 기술이 하나로 어우러져 대전의 가을밤을 특별하게 물들인다. 이어 장사익, 김희재, 조째즈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3일간의 음악 서사를 이어간다.

▲ 자연 속에서 만나는 특별한 도전…D-Trail RACE

축제의 울림은 뿌리공원에서 파도처럼 번져 나가 중구 전역을 감싼다. 보문산에서는 D-Trail RACE가 열려 자연 속 도전의 시간을 선사하고, 7개 동에서는 온마을축제가 펼쳐진다. 주민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이 축제는 동네마다 다른 이야기와 전통을 품고 있다.

▲ 모두가 하나 되는 우리 마을 잔치…2025 중구 온마을축제

더 나아가 근현대사의 기억을 따라 걷는 다크투어, 책과 문화를 함께 즐기는 북페스티벌 투어, 원도심 골목을 재발견하는 문화투어가 준비돼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조망할 수 있다.

효와 뿌리로 시작된 대전효문화뿌리축제는 이제 '세대와 문화를 잇는 도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번 가을, 중구 곳곳은 가족의 기억과 지역의 이야기가 만나는 무대가 되고, 대전은 축제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낼 것이다. /대전=이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