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전산학부, 경제적 장벽 없는 학업 환경 만든다…20억 장학기금 조성
동문·재학생·교수진 함께, 특별한 기부 릴레이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매칭 그랜트로 기금 두 배 올해 가을학기부터 긴급 장학금 지급 본격화
KAIST 전산학부가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이나 진로에서 제약을 받는 학생들을 위해 든든한 울타리를 세웠다.
전산학부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20억원 규모의 장학기금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기금은 재정 부담으로 꿈을 접는 학생들에게 꾸준히 힘을 실어주는 제도로 운영된다.
모금은 2023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학생과 동문, 교직원, 교수진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해 63명의 기부자로부터 10억원이 모였다. 이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취지에 공감하며 동일 금액을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나서면서 기금은 최종 20억원으로 확대됐다.
참여자들의 기부 스토리도 눈길을 끌었다. 92학번 김정택·안소연 부부는 학업과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경제적 이유로 고충을 겪는 후배들을 위해 2억원을 기부했다. 95학번 서하연·96학번 한동훈 부부는 학부 건물 증축 기부에 이어 장학기금에도 4000만원을 더했다. 황규영 명예교수와 조경현 NYU 교수는 각자의 이름을 건 장학기금에 이어 이번 모금에도 참여했다. 이승현 동문은 크롬 브라우저 보안 취약점을 제보해 받은 22만달러의 포상금 전액을 기부하며 의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이범규 동문은 "부족한 금액을 내가 채워도 되겠느냐"는 제안을 통해 남은 기금을 완성하며 장학기금 조성의 마침표를 찍었다.
류석영 전산학부장은 "학생들이 진로를 자유롭게 고민해야 할 시기에 돈 때문에 다른 선택을 강요받는 일이 줄어들길 바란다"며 "이번 장학금이 한 학기, 혹은 1년이라도 온전히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병규 의장은 "재정적 이유로 길을 좁혀야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쓰이는 기금이라는 점이 뜻깊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KAIST 전체가 장학제도를 재정비해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광형 총장은 "KAIST의 가장 큰 자산은 인재이며, 학생들이 돈 때문에 학업이나 창업, 연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뜻을 모아주신 기부자들께 감사드리며, 전산학부에서 시작된 이 흐름을 학교 전체로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KAIST 발전재단은 동문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팀카이스트(Team KAIST)' 캠페인을 통해 장학 문화 확산과 기부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전=이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