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철학박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인공지능(AI)시장을 놓고 세계는 무한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존망이 걸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내로라하는 국가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AI 기술 개발에 국가적 명운을 걸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제자리걸음도 모자라 뒷걸음질을 치는 중으로 보여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우리나라의 AI 산업 정책은 겹겹이 쌓인 규제 장벽과 관료주의로 신기술 개발마저 지연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인재를 양성하고 유출을 막을 시스템의 부재이다. 내부적으로는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을 이끌어야 할 이공계 우수 인재들이 AI 연구가 아닌 의대로 몰려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우려 되는 부분이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인재를 끌어와도 모자랄 판에 국내 석사급 이상 AI 인재의 40%가량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는데다가, AI 관련 예산은 대략 미국의 14분의1, 중국의 7분의1 수준이다. 대학 AI 연구실, 스타트업과 기업들도 우수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AI 생태계 자체가 하향곡선을 그리며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더 늦기 전에 AI 산업 육성을 위한 범국가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거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려면 AI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AI 산업을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해 세제 혜택이라도 당장 높여 줘야 한다. 빤히 보이는 눈앞의 막차까지 놓쳐 버리면 한국의 AI 산업은 영영 낙오 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노동력은 인간이 창조한 기계에 의해 끊임없이 대체돼 오고 있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 기계의 발달과 함께 노동 현장의 모습도 끝없이 변모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변모하는 노동 현장의 풍경이 곧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다.
AI 인공지능과 로봇 제작 기술이 고도화한 오늘날, 기계 노동이 효율을 극대화 시켜 나가고 인간이 담당하던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빼앗기기 시작하면서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점점 격리되는 현상이 한층 가속화 되고 있다. 일상에서 가장 손쉽게 접하게 되는 노동수단의 교체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 주위에서도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 노동이 기계 노동에 의해 밀려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 어느 곳에서나 접할 수 있는 콜센터 전화상담은 AI상담원으로 대체된 지 오래고, 제품의 단순 검사와 품질 확인은 AI가 진행하는 검사로 교체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사람이 1~2주 걸려 수행하는 생산 공정 오류 파악 업무를 AI를 도입해 한 두 시간 안에 처리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재명 정부는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을 통해 기술주도 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 아래 새해 AI 예산 분야에 2조 1천억 원을 대폭 증액했다. 집권 기간 내 민간투자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전 세계의 일자리 중 약 40%는 AI에 노출돼 있어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될 운명에 놓여 있다.
특히 발전하는 로봇 제작 기술 때문에 감소할 일자리 숫자도 급증할 조짐이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란 이름으로 빠르게 진행되던 로봇의 산업현장 투입은 노동 현장의 그림을 완전히 바꿔놓을 태세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완성품 제조공정 분야이다. 지구상에서 AI로의 이동을 강력하게 추진 중인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에 해당하는 일이다.
이렇게 AI 기술개발을 위한 준비와 박차를 가하는 일 못지않게 미래 사회의 일자리 창출은 모든 국가가 안아야 할 큰 과제이다. 한국의 사정은 더욱 암담하다.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하면서 0%대 성장 시대에 접어든 이후 일자리 기근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이 AI를 기업 내부의 생산. 지원시스템으로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비교적 초기 단계여서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는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전 산업분야에 걸친 일자리 재편은 고용 불균형과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 불안정성을 증대 시키게 됐다. AI를 통한 성장보다 더 큰 그림자가 사회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다. 앞으로 AI 강국의 성과가 모든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정책들이 정교하게 설계 되어야겠지만, 더불어 사람답게 사는 삶의 가치를 창조 할 수 있는 부분에는 아날로그적 깊은 감성과 세심함이 함께 갖추어져 발전해 가야함을 강조하고 싶다. 세상의 중심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