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없는 학기는 없다: 이제 교수보다 똑똑하다
[교육의 눈] 노기섭 홍익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교수
새 학기는 늘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러나 2025년의 가을 학기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있다. 대학 안팎에서 인공지능이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닌, 일상의 배경이자 학습의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와 연필이 학기의 상징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AI가 학생들의 필수 교재가 되고, 교수들의 강의와 연구를 돕는 조력자가 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AI는 전례 없는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각자의 수준에 맞춘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 AI는 학습자가 어려워하는 부분은 쉽게 설명해주고, 배우고 싶은 부분의 자료와 예제를 즉시 제시해준다. AI는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며, 학생이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자료 정리와 번역, 요약 같은 반복적인 작업은 AI가 대신 처리한다. 언어 장벽을 넘어 해외 논문과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제 AI는 학생들의 학습 격차를 줄이고 지평을 넓히는 필수품이다.
교수들에게도 AI는 새로운 도구이자 기회가 된다. 수업 자료 제작과 시험 문제 구성, 학생별 학습 분석이 자동화되면서 교수는 더 창의적이고 심화된 강의를 구상할 수 있다. 반복적인 행정 업무와 자료 준비에 들이던 시간을 학생들과의 소통에 집중할 수 있고, 논문 아이디어 도출이나 데이터 처리, 프로그래밍 지원 같은 연구 과정에서도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교수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에서 학생과 함께 학습을 설계하는 안내자로 바뀌고 있다. AI는 교수에게 새로운 교육자 정체성의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주는 선물이 마냥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학생들에게는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는 편리함이 사고력 저하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깊이 있는 탐구보다는 즉각적인 결과를 추구하게 되고,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AI가 작성한 글을 그대로 제출하거나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해질 수 있다. AI가 강의와 연구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면서, 교수의 고유한 권위와 전문성은 심각하게 도전받는다. 또한 AI 활용 능력에 따라 학생 간, 학교 간 학습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제 대학 강의실 풍경은 분명히 바뀌었다. 학생들은 AI를 친구처럼 옆에 두고 학습하며, 교수는 AI와 함께 강의와 연구를 준비한다. 이 변화는 보조 도구의 차원을 넘어 교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AI를 성장의 동반자로 삼아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기른다면, 이전보다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다. AI 없는 학기는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수보다 똑똑한 AI가 등장한 지금, 진짜 질문은 “AI와 경쟁할 것인가? 새로운 풍경 속에서 어떤 자세를 선택할 것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