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금 한국인 근로자 330명 전세기 귀국… 한미, 비자 제도 개선 논의 착수
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을 포함한 330명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구금시설을 떠나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한미 양국이 단기 파견 근로자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본격 착수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이날 새벽 수갑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나와 일반버스 8대에 나눠 탑승한 뒤 대한항공 전세기가 대기 중인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국제공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기는 현지시간 정오(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 출발해 한국시간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귀국자 가운데 한국인은 316명이며, 나머지 14명은 중국·일본·인도네시아 국적자다. 구금됐던 한국인 중 1명은 미국에 잔류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애초 10일 귀국 예정이었으나 미 정부의 절차 변경으로 하루 늦춰졌다.
앞서 지난 4일 미 이민당국은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총 475명을 불법 체류 및 취업 혐의로 전격 단속·구금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미국과 단기 비자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B-1(단기 상용) 비자의 해석과 운용 기준을 명확히 하며, 필요시 새로운 비자 형태 신설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지 취업이 가능한 H-1B(전문직) 비자의 한국인 쿼터 확보 및 B-1 비자 유연 운용 등 단기적 해법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자 파견 시 적합한 비자가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자제도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정부는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인 ‘한국 동반자법’을 통해 한국인 대상 E-4 비자 쿼터 신설을 다시 추진하고 있으며, 고학력 전문직 중심이었던 대상에 숙련공도 포함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미국 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B-1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면서 ESTA를 통한 입국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청·하청 구분 없이 공장 설치 및 시운전 인력에 대해 비자 적용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할 계획이다. /김재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