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승, 어떤 사람!

2025-09-16     충청일보

[교육의 눈] 임명옥 우송대학교 교수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어떤 스승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라는 글귀를 컴퓨터 하단에 붙여놓고 신학기를 맞이했다. 필자로 하여금 이 문구의 의미를 곱씹게 할 학생들을 만났다.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을 하고 싶어 하는 외국 유학생들이 그들이다. 야간에 개설된 수업을 맡게 돼서 못내 부담스러웠다. 가뜩이나 노안이 심해졌는데 주 이틀이나 야간 운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침침했다. 그런데 학생들을 만나보니 심봉사 눈 뜨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눈이 번쩍 뜨였다.

여러 대학에서 외국 유학생들의 한국 취업 및 정주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유학생들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취준생에게 필요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직장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 방문 및 체험 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에 필자가 맡은 교육도 이러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유학생들이 각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유학생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한층 다채로워질 것이다.

필자의 수업에 인도, 미얀마, 러시아, 베트남, 중국 등에서 온 여학생들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한국어 학습에 대한 의욕이 넘쳤고, 선생을 바라보는 눈은 기대에 가득 찼다. 굳이 묻지 않아도 한국에서 살면서 꿈을 펼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졌다. 한국 취업에 필요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 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수업이 되지 못할 거 같다. 어떤 스승이 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수반된 수업이 필요하다.

모두 여학생이어서인지 한국에 정주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양육하는 모습까지 상상이 됐다. 유학생들의 아이들과 필자의 자녀가 낳은 아이들이 함께 살아갈 공동체가 눈앞에 펼쳐지기도 했다. 이번 수업은 한국에서 오래 살 수도 있는, 그리고 엄마로서 살아갈 가능성이 있는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필자에게 한국어를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것 이상의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온다.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살게 된다면, 불가피하게 이방인으로 지낼 때가 있을 것이다. 외로운 시간을 보낼 때 위로가 될 수 있는 철학과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많이 배워 졸업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취업 한국어 프로그램은 유학생들이 한국 사회에 진입하고, 적응하는 차원의 교육을 넘어서야 한다. 더불어 살아갈 사람들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갈 사람들에게 존중받을 줄 아는 능력을 갖추도록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 정주 프로그램이 올바른 방향으로 운영될 때 유학생들 역시 ‘무엇을 배우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면서 든든한 이웃으로 성장할 것이다. 교사는 ‘어떤 스승’이 될 것인지, 유학생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깊이 사색하는 가을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