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신기성쇠

2025-09-22     충청일보

[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

척추동물과 절지동물 등 대부분 고등동물은 자웅이체다. 고등동물은 보다 나은 유전자 전승을 위해 자웅이체로 진화했다. 인간도 남녀로 나뉘었고 매우 다른 존재로 진화했다. 의학적 견지에서도 체질적 차이보다 남녀의 차이가 훨씬 크다. 오랜 세월 축적된 사회문화적 차이보다 훨씬 큰 생리적 본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여성의 몸은 불기운이 많아 신기(腎氣)의 변화가 7의 수로 나타나고, 남자의 몸은 물기운이 많아 신기의 변화가 8의 수로 발현된다. 따라서 여자의 몸은 변화가 빠르고 남자의 몸은 변화가 느리다. 여자는 남자보다 성장이 빠르고 노화 또한 일찍 시작된다. 기운의 성쇠는 남녀 구분 없이 적용되는 반면 신기의 성쇠는 남녀 차이를 설명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남녀의 신기 성쇠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여자는 7세에 신기가 성해져서 치아를 갈고 머리카락이 자라난다. 14세에 천계(天癸)가 이르러 임맥이 통하고 태충맥이 성해져 월경이 나오므로 자식을 가질 수 있다. 21세에는 신기가 고르게 되어 사랑니가 다 자란다. 28세에는 근골이 든든해지고 머리카락이 다 자라며 몸이 튼튼해진다. 35세에는 양명맥(陽明脈)이 쇠하여 얼굴에 윤기가 없어지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다. 42세에는 삼양맥(三陽脈)이 상부에서부터 쇠약해져 얼굴에 윤기가 없어지고 머리카락이 세기 시작한다. 49세에는 임맥이 허해지고 태충맥이 쇠하여 천계가 마르니 월경이 끊어진다. 그러므로 형이 무너지고 자식을 가질 수 없다.

남자는 8세에 신기가 실해져서 머리카락이 자라나고 치아를 간다. 16세에는 신기가 성해지고 천계가 이르러 정기가 넘쳐흐르고 음양이 조화되어 자식을 가질 수 있다. 24세에는 신기가 고르게 되고 근골이 강해지므로 사랑니가 다 자란다. 32세에는 근골이 융성해지고 기육이 장성해진다. 40세에는 신기가 쇠하여 머리카락이 빠지고 치아가 마른다. 48세에는 양기가 상부에서부터 쇠하여 얼굴이 초췌해지고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진다. 56세에는 간기(肝氣)가 쇠하여 근을 움직일 수 없고 천계가 다하여 정이 줄어들며 신장이 쇠하여 형이 모두 극에 이른다. 64세에는 치아와 머리카락이 빠진다. 신은 수(水)를 주관하고 오장육부의 정을 받아 저장한다. 그러므로 오장이 성해야 정을 내보낼 수 있는데 지금 오장이 모두 쇠하여 근골이 늘어지고 천계가 끝이 난다. 그래서 백발이 되고 몸이 무거우며 걸음걸이가 바르지 못하고 자식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신기의 성쇠는 사람마다 조금 이르거나 조금 늦게 나타날 수 있다. 일 년 정도 오차는 크게 염려할 문제가 아니나 2년 이상 차이가 나면 질병의 징후이므로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 근본을 치료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초경이나 갱년기가 당겨지거나 늦어지는 것은 모두 질병의 징후다. 월경이 끊기는 갱년기는 노년을 보다 건강하게 보내라는 축복이다. 호르몬이나 나쁜 음식의 영향으로 쉰 살이 넘어서도 월경을 하는 것은 정기를 손상하여 건강과 수명을 갉아먹게 된다.

남녀의 생리적 차이는 본질적 차이며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를 무시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미개한 사회에서만 다름이 불평등을 유발한다. 다름은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이지 대결과 갈등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녀 갈등은 분파주의 선동의 소산이다. 미숙한 민주주의는 모리배의 선동에 취약하므로 온전한 지식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개인과 사회를 강건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