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관리, 당뇨병관리의 시작

2025-09-24     충청일보

[세상을 보며] 한현우 보건학 박사·전 이화여자대학교 외래교수

심사평가원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진료 환자수는 382만 8,682명으로 전체인구의 7.46%에 달한다.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그리고 고령화로 인해 당뇨병 환자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당뇨병 전단계 인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 당뇨병은 혈중 포도당(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으로,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있거나 인슐린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당뇨병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제1형 당뇨병(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다.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주로 소아나 청소년기에 갑자기 발생하며,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반드시 인슐린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

제2형 당뇨병(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주원인이며, 병이 진행되면서 인슐린 분비 기능이 점차 감소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 외에 비만, 운동 부족, 서구화된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최근에는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로 인해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기타 임신성 당뇨병이다. 당뇨병 병력이 없던 여성이 임신 중 호르몬의 영향으로 고혈당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출산 후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향후 제2형 당뇨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 식이요법과 운동, 필요시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당뇨병은 혈당이 높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을 '삼다'라고 불린다. 물을 많이 마시는 다음(多飮),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에 자주 가는 다뇨(多尿), 허기를 느껴 많이 먹지만, 체중은 감소하는 다식(多食)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 기준치는 공복 혈당, 식후 2시간 혈당, 그리고 당화혈색소(HbA1c) 검사로 판단한다. 정상은 공복혈당 100 mg/dL 미만, 당화혈색소 (HbA1c) 5.6% 이하, 당뇨병 전 단계는 공복 혈당 100~125 mg/dL, 당화혈색소 5.7~6.4%, 당뇨병 진단은 공복혈당 126 mg/dL 이상, 당화혈색소 6.5% 이상이다.

혈당 관리는 올바른 생활습관과 꾸준한 노력으로 가능하며, 이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첫째, 식습관 관리가 핵심이다. 단순히 단 음식을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식사가 핵심이다. 정제된 탄수화물대신 현미, 잡곡, 채소 등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여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야 한다. 혈당지수가 낮은 과일을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식사와 적정 칼로리 유지가 기본이다. 혈당관리에 효과적인 방법중 하나는 거꾸로 식사법이다. 채소, 단백질, 지방그리고 탄수화물 순으로 섭취하면 혈당이 완만하게 할 수 있다.

둘째, 규칙적인 운동이다. 근육은 혈당을 소비하는 가장 큰 기관이다. 꾸준한 신체활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혈당 조절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 하루 30분 정도의 꾸준한 실천이 좋다.

셋째, 체중 관리가 필수적이다. 복부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혈당을 불안정하게 한다. 체중을 5~10%만 감량해도 혈당 조절 효과가 뚜렷하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따라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혈당 관리의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이다.

넷째, 스트레스와 수면 관리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혈당을 높이고, 수면 부족은 인슐린 분비와 대사 기능을 저하시킨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명상, 가벼운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당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관리하고 있다고 믿다가도 합병증이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 정기적으로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혈압, 콜레스테롤 등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혈당 관리의 본질은 “지속 가능성”에 있다. 단기간의 극단적 절제보다 실천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들이 모여 합병증 없는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당뇨병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며, 자신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