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진흥과 ‘문화지구’

2025-09-25     충청일보

[충청광장] 채성주 청주시정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지역의 문화 예술적 특성을 유지·발전시키고 새로운 문화 환경을 조성하려는 방안으로 2001년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되면서 ‘문화지구’ 제도가 도입되었다.

문화지구의 지정 목적은 문화시설과 문화 관련 업종의 육성, 특성화된 문화예술 활동의 활성화, 문화자원과 고유한 문화적 특성의 보존 등에 있다. 문화지구 내 권장시설은 조세감면, 시설 개보수·리모델링 등을 위한 융자지원, 입주지원, 경영컨설팅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공모사업에 선정될 경우 국고 보조도 가능하다.

청주시는 지난 7월 원도심 3개 지역을 문화지구로 지정했으며 현재 문화지구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청주시 문화지구는 문화도시 조성사업(2020~2024) 종료에 따른 청주 시민의 문화 예술 향유 기회 감소와 함께 문화예술 분야의 위축에 대비하고, 문화도시 후속 국책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추진되었다. 청주시 원도심은 청주뿐 아니라 충북의 문화거점으로 역할하고 있는 지역으로 밀집된 지역문화자원을 보호·육성하고 문화예술인과 주민 주도의 문화활동을 지원할 필요성이 큰 지역이 많다.

한편, 문화지구 선정으로 지역 땅값이 폭등하고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면서 지역의 상업화를 가속시켜 도리어 문화예술인들이 발붙일 곳 없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인사동에는 음식점, 카폐 등이 대거 입점하면서 문화예술 관련 업종은 오히려 다른 곳으로 이전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지역문화산업만큼 지역 활성화에 효과적인 수단은 드물기 때문에 면밀한 준비와 문화예술인의 적극적인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청주시 문화지구의 성공적인 안착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문화지구의 효율적 관리와 운영을 위한 통합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문화지구 내 기존 공공문화시설 및 예술인 창작공간, 공연장을 비롯하여 향후 조성 예정인 ‘예술인 마을’ 등을 하나의 통합체계로 묶어 관리하고 통합체계에 주민협의회도 포함시켜 문화지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원도심 문화지구의 단계적 확장을 위한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사업추진 성과에 대한 분석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화지구가 지역문화 진흥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공간적 확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 문화예술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영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회계, 세무, 법률 자문과 더불어 정부의 다양한 지원사업을 안내하는 경영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영세한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운영을 도울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은 문화산업 사업자의 유입을 유도할 뿐 아니라, 창업 준비 단계의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공간 지원과 더불어 지역 문화산업 종사자와 연계한 전문기술 교육 및 창업 컨설팅도 병행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관리계획을 수립 중인 청주를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7개 지역이 문화지구로 지정된 상태다. 3년에 한 번씩 시행하는 문화지구 운영성과 평가 및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문화지구 제도가 도입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화지구 제도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다보니 문화자원의 보존 실패와 상업화 심화, 문화시설과 관련업종의 생존 위기 등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지구 제도는 필요하다.

문화도시 추진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 방향을 설정해가며 점진적으로 원도심 문화지구를 키워나가고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문화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