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창출이 국가의 미래다

2025-09-28     충청일보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철학박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요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중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청년들의 일자리 부분이다. 국가는 첨단사회로의 진입을 외치고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청년들은 취업에 대한 염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걱정하고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청년 고용 환경이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인구에 비해 취업자 수 증가가 적은데도 실업률이 감소한 것은 학생, 취업준비생, 취업 포기자 등 경제활동인구에서 측정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 여성 인구는 5만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취업자 수는 14만 6000명 증가했다. 이 기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단순히 여성 취업자 수의 증가로 이해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정규직의 숫자는 늘지 않고 단기 아르바이트 형태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이 지금 한국 청년들의 현실이다. 남, 여의 취업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에 대립할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뭉쳐야 이 무거운 현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기성세대가 정규직을 차지하고, 20대 청년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다. 20대 청년에게 이렇게 가혹한 사회는 그 예를 찾기 쉽지 않다. 모든 세대가 힘을 합쳐 비취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줘야 한다. 세금과 각종 준조세 부담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지금 한국은 청년에게 참 가혹한 사회다.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청년 취업난 해결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부메랑이 우리 사회 전체에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런 가운데 내 10대 그룹이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규모 투자와 함께 33만명 이상의 국내 신규 사원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미래 전략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새 정부의 '민간 주도 경제성장' 정책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강화하겠다는 취지여서 환영한다.

대기업들이 일제히 발표한 신규 사원 채용 규모는 삼성이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6만명을 새로 뽑기로 했다.

현대차는 내년에 신규 사원 1만 명을 확대 채용하기로 했고, SK그룹도 연말까지 상반기에 버금가는 4000여명을 더 채용하기로 했다. 올 채용 규모를 80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한화는 상반기보다 1400여명 많은 3500명을 하반기에 채용하고 포스코도 5년간 1만500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이같이 대기업들이 동시에 대규모 신규 사원 채용 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된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신규 사원 채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에게는 가뭄 끝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구직 의욕을 잃어 쉬고 있는 청년은 50여 만명이 넘는다. '취업 준비자'와 합친다면 120여 만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기업들이 조금이라도 채용 인원을 늘리는 것은 청년실업 해소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원하는 일자리 수준도 높은 게 당연한 현실이지만 그것이 또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유는 연봉과 복지 혜택이 상대적으로 대기업이 좋기 때문에 당연히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청년들의 일자리는 여전히 줄어드는 느낌일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자가 증가하면 청년실업이 실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혼과 출산율 저하와도 무관치 않다. 대기업들이 동시에 신규 채용을 발표한 것은 좋은 일임은 틀림없고 우리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찾는 이유는 회사의 연봉과 브랜드, 복리후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기업으로 기울게 된다. 기대 연봉의 차이도 큰 요인이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과 구직자 모두의 '현실적 기대치 조정'에서 일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모두가 완벽한 조건 찾기보다 상호 성장할 기회 모색이란 관점의 전환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