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며 웃고 살자

2025-09-29     충청일보

[충청칼럼] 조동욱 한국산학연협회장

요즘은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새벽 4시 정도가 되어야 잠이 온다. 나이 드는 증거 중 하나라고 한다. 오늘도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 카톡을 확인하니 동국대 황승훈학장님의 글이 와 있어서 찬찬히 읽어보고 있다. 제목이 ‘변장의 행운일지도’이다.

윈스턴 처칠은 한 번은 건배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누구에게도 건강이나 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행운만을 빕니다. 왜냐하면 타이타닉호에 탔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했고 부유했지만, 그들 중 운이 좋았던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고위 임원은 9/11 테러에서 살아남았다. 그날 아들의 유치원 첫 등교일이라 데려다주느라 회사에 늦었기 때문이다. 또 한 남성은 도넛을 사러 가는 차례였던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어느 여성은 알람이 울리지 않아 늦잠을 자는 바람에 살아남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뉴저지 교통 체증에 걸려 회사에 늦었다. 어떤 사람은 버스를 놓쳤고, 다른 이는 커피를 쏟아 옷을 갈아입느라 늦었다. 자동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못 간 사람도 있었고, 집에 전화를 받으러 되돌아갔던 사람도 있었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유난히 느리게 준비해서 지각했고, 어떤 남성은 택시를 잡지 못해 결국 회사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그날 새 신발을 신고 출근하던 한 남성이 있었다. 신발이 불편해 발이 부었고, 그는 약국에 들러 밴드를 사기 위해 멈췄다. 그 잠깐의 정지가 바로 그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나는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차에 갇혀 길이 막힐 때, 엘리베이터를 놓쳤을 때, 뭔가를 깜빡하고 되돌아가야 할 때, 아침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나는 잠시 멈춰서 믿어보려 한다. 이 지연이 결코 ‘실패’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의 시간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정확히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음에 당신의 아침이 엉망이 되어버릴 때아이들이 늦장을 부리고, 열쇠가 어디 갔는지 안 보이고, 빨간불마다 걸려서 짜증이 날 때 화를 내지 말자. 스트레스받지 말자. 그건 어쩌면 ‘변장의 행운’일지도 모르니까요.

1960년대 아버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일본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 비행기를 놓쳤는데 그때 그 비행기가 사고 났다고. 모든 것이 다 하늘의 뜻이다.

지금의 고통과 아픔도 그렇고, 아직 일에 대한 결과가 안 나와서 안절 부절하는 것도 그렇고...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지. 이현옥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글이 생각난다.

‘심는 사람과 물주는 사람이 달라도 괜찮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자라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다 하늘의 뜻이다. 범사에 감사하며 웃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