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명절에도 멈추지 않는 현장… 그들이 있어 든든하다

[추석에도 일상을 지키는 사람들]

2025-10-01     충청일보

연휴라고 해서 일상이 멈추는 건 아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고 여행길에 오르지만, 그 시간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도시를 지키고 사람을 살피며, 우리의 안전을 돌보고 있다. 거리 곳곳을 누비는 폐기물 수거차의 바쁜 움직임, 수많은 여행객의 짐을 꼼꼼히 확인하는 청주국제공항 보안 검색대원의 눈빛, 시민의 평온한 하루를 위해 순찰을 이어가는 경찰의 발걸음, 응급환자부터 화재, 야외 사고까지 쉴 틈 없이 대응하는 소방 구급대원들의 헌신이 모여 우리의 명절은 더 안전하고 따뜻해진다.  <편집자>

 

▲ 홍근원 청주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경위가 기초질서 단속을 하고 있다.
▲ 홍지은 복대119 안전센터 구조대원.

 

"연휴가 가장 바쁜 시기"
"시민 안전 위해 출동 준비

 

경찰·소방관에게 연휴란 없다

연휴를 앞둔 1일 충청일보가 만난 경찰·소방 공무원들은 모두 "연휴가 가장 바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많은 사람이 이동하면서 안전사고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동안 하루 평균 112 신고는 1838건에 달했다.
 
청주 흥덕경찰서 복대지구대 홍근원 경위는 "112 신고가 들어오면 지구대에서 가장 먼저 출동해 현장 처리한다"며 "신고 대응 외에도 순찰, 범죄 예방, 교통 단속 등 다양한 업무를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연휴에도 현장을 지켜야 하기에 가족 행사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그는 "가정폭력 등의 신고가 줄어들었으면 한다"며 "연휴에는 서로의 감정을 한 번 더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주서부소방서 복대119센터의 홍지은 소방교는 연휴 동안 발생하는 각종 응급상황에 출동하는 구급대원이다. 벌·뱀에 물리는 사고부터 낙상, 화재까지 연휴는 평소보다 훨씬 더 긴장되는 시간이다.
 
홍 소방교는 "소방관이 되기로 한 순간부터 연휴를 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연휴가 길어지면 병원이 과포화 상태가 돼 이송이 지연되는 상황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24시간 하늘을 지키는 공항
명절 쓰레기 폭증 속 구슬땀

 

관제사·환경미화원, 하늘과 땅 모두 지킨다

▲ 이용주 공군 17전투비행단 준위가 청주공항 관제탑에서 항공기 이착륙 등을 유도하고 있다.(사진=17전투비행단)

17전투비행단 소속인 이용주 준위는 이용주 준위는 연휴에도 청주공항에서 항공기의 이착륙을 유도하며 24시간 하늘을 지킨다. 그는 "연휴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쉽지만, 국민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상 악화나 공항 사정으로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넓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유용관 청원구청 환경위생과 환경공무직 등이 생활폐기물을 수거 하고 있다.

명절이 되면 생활폐기물의 양도 급증한다. 

청주시 청원구 환경위생과 유용관 환경공무직은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지만 청주를 찾는 분들에게 깨끗한 도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며 "명절 직후에는 선물세트 포장재 등으로 쓰레기양이 급증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청주시의 환경을 지키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께서도 분리배출을 잘 해주시면 큰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명절동안 쉼 없이 이어지는
추모의 발걸음을 '따뜻하게'

 

현충원, 성묘객의 마음까지 보듬다

 

                                ▲ 김병수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주무관

 

명절이면 성묘객이 몰리는 국립대전현충원도 평소보다 분주하다. 시설 관리, 안전 점검, 교통 안내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이 연휴 내내 만전을 기한다.

김병수 현충과 선양팀 주무관은 "연휴에는 방문객 수가 크게 늘어 더욱 세심한 안내와 점검이 필요하다"며 "가족과의 시간은 줄지만, 방문객이 불편 없이 참배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현충원은 경건한 추모 공간"이라며 "엄숙한 마음으로 방문해주시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환자 지키는 또 다른 사명
멈추지 않는 간호의 손길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

▲ 박해수 충북대병원 간호사가 심전도 관련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신우식 기자)

충북대학교병원 간호사 박해수씨는 연휴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병동을 지킨다. 그가 근무하는 일반병동은 주로 흉부외과와 감염내과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곳으로, 대부분 치료 과정이 복잡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환자들의 정서적인 안정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
 
박 간호사는 "명절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건 의료진도 마찬가지지만 병원에서 명절을 보내야 하는 환자분들이 안타깝다"며 "병실 밖을 나가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말했다.
 
병실의 하루는 반복적이고 외롭다. 식사와 투약, 검사, 치료를 반복하는 사이 창밖의 명절 풍경은 그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박 간호사는 그런 환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 간호사는 연휴를 맞아 성묘나 야외활동에 나서는 시민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요즘은 진드기 매개 감염병이 급증하고 있어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같은 질병은 치명률도 높습니다. 부디 긴 옷을 챙겨 입고, 벌레기피제도 꼭 사용하셔서 안전한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향 대신 취업 문 앞으로
쉼 없는 청년들 구직 전선

구직자들도 멈추지 않는다

추석 연휴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다.

최근 공채보다 수시채용이 중심이 되면서 기업의 채용공고가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에 명절 연휴에도 일정을 미루지 못하고 컴퓨터 앞을 지키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자기소개서부터 인적성, 면접 대비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연휴 기간이 오히려 '집중학습 기간'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족이 모이는 명절 분위기 속에서도 '이번 기회만은 놓치면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이 크다.
 
청주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김태현씨(27)는 "요즘은 공고가 뜨자마자 지원 마감되는 경우도 많아서, 연휴라고 느긋하게 쉬다 보면 원서조차 못 내는 상황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추석에도 부모님이 오랜만에 고향에 오라고 하셨지만, 집에 머무르며 자기소개서를 다듬고 채용공고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그래도 노력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따를 거라 믿고 끝까지 준비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취업 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채용시장에서는 '빠른 대응'이 관건으로 떠오르며 연휴 기간에도 채용정보 조회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인력 수급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연휴 직전이나 직후에 공고를 내는 사례도 늘고 있어 구직자들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신우식·조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