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인간
[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자연계에는 눈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하나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물고기가 있다. 넙치, 광어, 가자미가 그런 물고기들이다.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한쪽 눈이 반대편으로 이동해 양쪽 눈이 같은 면에 위치하게 된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눈이 한쪽으로 몰린 '편측 안 어류'나 기형 개체다.
세상을 보는 편향된 시각, 불완전한 인식, 한쪽만 보는 인간의 한계를 두고 외눈박이 물고기라고 비유한다.
중국 당나라 시인 노조린(盧照隣)이 쓴 글에 등장한 상상의 물고기 비목어를 시인 류시화가 '외눈박이 물고기 사랑'이라는 시로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이 시를 많이 애송했다. 특히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라는 대목은 흥미롭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국회의원은 계엄을 예견했다. 그로부터 4개월 후인 12월 3일, 결국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어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당 전 대표 한동훈은 민주당을 향해 왜 자신들이 확보한 계엄 확신 근거를 미리 공개해서 계엄 실행을 막지 않았느냐고 타박이다. 또한, 국민의힘 당의원은 세상에 2시간짜리 계엄이 어디 있느냐며 야당에 경고하기 위한 평화적인 계엄이었다는 둥, 괴이한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니 이들이야말로 외눈박이 인간은 아닐까.
지난 2022년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하자 당시 강동석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대전센터가 화재나 지진 등으로 한꺼번에 소실이 될 경우, 재해복구 시스템은 실시간 백업된 자료로 3시간 이내에 복구할 수 있도록 구축돼 있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화재가 일어난 지난달 9월 27일 이후 지금에 이르도록 겨우 35%밖에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행정정보시스템이 마비된 사태는 단순한 돌발 재난이 아니라 예견된 인재라고 한다. 이미 여러 차례 감사원으로부터 재해복구 미비와 노후 장비 관리 부실을 경고받았지만, 관계 부처는 개선에 나서지 않았고 국가 전산망 먹통 사태를 초래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놓고 이재명 정부를 탓하는 자들. 그들도 외눈박이 인간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두고 범죄 행위와 전염병 확산에 유의하라고 주장한다. 관광과 유통업체의 기대를 무시하고 혐중을 앞세워 관광객을 몰아내고 외국인을 혐오하여 살려는 극우 집단, 이들도 외눈박이 인간이다.
지난 3년간 절망하지 않은 국민이 있어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잘못을 깨닫고 깊이 반성해야 하건만 남 탓만 하는 자들. 자신의 사익을 위해 공익을 하찮게 여기는 자들.
외눈박이 인간에게는 미래와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