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자 시인, 네 번째 시집 ‘호모 사피엔스의 고백’ 출간

자연과 인간, 고요와 깨달음이 만나는 ‘언덕 위의 시학’

2025-10-13     김재옥 기자
▲ 이정자 시인.

 

충북 충주 출신의 이정자 시인이 네 번째 시집 ‘호모 사피엔스의 고백’을 펴냈다.

‘능소화 감옥’으로 등단한 이 시인은 ‘아름다운 것은 길을 낸다’, ‘그윽’에 이어 이번 신작을 통해 인간 존재와 자연, 삶의 고요와 깨달음을 깊이 있게 탐색한다.

이번 시집은 총 60여 편의 시로 구성됐다. ‘잎새의 집’, ‘별’, ‘언덕’, ‘노을’ 등 대표작에서는 자연과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언덕’이라는 반복적 모티프는 이번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언덕이라는 말이 좋아졌습니다”라는 단정한 고백으로 시작되는 ‘언덕’에서 시인은 그 언덕을 “샘솟는 무언가가 걸어 넘어와 뛰어놀 것 같은 공간”으로 표현하며, 존재의 순수함과 다시 태어남의 기쁨을 담아낸다. 일상의 언어 속에서 새로이 피어나는 깨달음의 순간들이 독자에게 따뜻한 울림을 준다.

 ‘호모 사피엔스의 고백’은 제목 그대로 인간 존재의 근원과 시대적 자각을 함께 담아낸 시집이다. 시인은 ‘별이 하나둘 스러지는 광야’를 바라보며 고통과 사랑, 시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가 얽힌 삶의 풍경을 노래한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정자 시인의 시 속에는 선(禪)이 있다”며, “떨어져 내린 나뭇잎, 눈꽃처럼 흩어지는 매화, 고요가 입을 닫는 저녁 등에서 시인의 명상적 통찰이 드러난다. 이 시집은 언덕 위에 핀 꽃들의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문학박사 강순 시인은 “이정자의 시는 경계의 공간을 넘나들며 인간 내면과 우주의 흐름 속에서 진정한 평화와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며, “느림과 깊이라는 시의 본질에 충실한 목소리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과 희망을 섬세하게 전한다”고 해석했다.

이 시인은 “지금 나의 뒷심은 신의 눈길 같은 가족과 무궁무진한 세계를 알게 하는 몇 권의 책, 그리고 인드라망 속 따뜻한 존재들”이라며 “시와 자연, 인간의 연결망 속에서 얻은 충만한 삶의 태도를 시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재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