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외식 할머니'의 약속…모교 산흥초에 6년간 장학금 지원
다섯 자녀 키워낸 학교에 다시 사랑을 돌려주다 김옥연씨, 매년 졸업생 전원에게 장학금 지원 "아이들의 꿈이 나의 젊은 날보다 더 멀리 날아가길" 산흥초, 지역의 정과 세대의 사랑이 이어지는 곳
한 평생을 손맛으로 나눔을 베풀어온 할머니가, 이번엔 장학금으로 또 한 번 따뜻한 밥상을 차렸다.
대전시 동구 상소동 산흥초등학교의 '외식 할머니'로 불리는 94세 김옥연씨가 자신의 모교 후배들에게 6년 동안 모든 졸업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7일 오후 3시, 산흥초 다목적실에서 열린 장학금 기탁식에는 오랜 세월의 정이 녹아 있었다. 김씨는 학교발전기금 기탁서를 직접 건네며 "내 아이들이 자라난 이 학교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며 "이제는 내가 그 사랑을 돌려줄 차례"라고 전했다.
김씨는 삼괴동에 거주하며 다섯 자녀를 모두 산흥초에 보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움의 뿌리를 내리고 사회의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한 것을 보며,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음식을 나누며 '외식 할머니'라는 애칭으로 불려왔다. 힘든 이웃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던 그 마음이, 이제는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는 장학금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탁식 자리에서 김씨는 "우리 아이들이 이 학교에서 꿈을 키우며 자랐듯, 지금의 아이들도 희망을 놓지 않길 바란다"며 "이 장학금이 배움의 길을 걷는 아이들에게 작은 용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정애 교장은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은 우리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자 교훈이 될 것"이라며 "학교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사랑이 순환하는 교육의 장을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산흥초등학교는 2015년부터 대전시교육청 창의인재학교로 지정돼 '꿈·행복·동행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산흥오케스트라, 사계절 테마학습, 초록꿈마당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재능과 인성을 함께 길러내고 있다. /대전=이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