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다짐, 청렴

2025-10-21     충청일보

[기고] 안예린 청주시 상당구 중앙동행정복지센터 주무관

4년 전 처음 공직에 발을 디딜 때, ‘청렴’이라는 단어는 필자에게 막연하고 추상적인 가치였다. 업무를 빠르게 익히고, 민원인을 친절하게 대하는 그것이 우선이라 생각했기에 청렴은 그저‘지켜야 할 원칙 중 하나’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 업무를 담당하며 주민 한 분, 한 분을 직접 마주하게 되자, 청렴이야말로 공직자의 모든 행동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민원창구는 행정의 얼굴이다. 주민들은 나의 태도와 말 한마디, 서류를 처리하는 방식 하나에서도 행정의 신뢰를 느낀다. 업무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청렴은 그 효율성을 올바르게 이끄는 나침반과 같다. 한 번의 편의, 한 줄의 생략이 때로는 큰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투명하게’ 일하려 노력한다. 작은 절차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그것이 곧 주민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매일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여러 사정을 들으며 함께 고민하다 보면, 공직자로서 나 자신을 지키는 힘, 바로 청렴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올해 7월, 나는 8급으로 승진했다. 승진의 기쁨보다 먼저 떠올랐던 것은 더 무거워진 책임감이었다. 직급이 오를수록 업무의 폭이 넓어지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이제는 나 혼자만의 행동이 아니라, 동료와 후배에게 영향을 주는 자리임을 느낀다. 그래서 청렴은 나 개인의 덕목을 넘어, 조직의 신뢰를 함께 세우는 공동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청렴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민원인의 처지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규정을 지키되 따뜻하게 설명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기록하는 것, 그것이 내가 실천하는 청렴이다. 때로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디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행정의 공정함과 투명함이 유지된다고 믿는다.

나는 행정복지센터에서 매일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여러 사정을 들으며 함께 고민하다 보면, 공직자로서 나 자신을 지키는 힘, 바로 청렴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청렴을 지키는 길이 언제나 쉽지는 않다. 때로는 편리함이나 습관에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내리는 결정이 나와 주민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이 질문이 나를 바로잡고, 따뜻한 마음으로 올바른 선택을 이어가게 한다. 작은 순간마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습관이 결국 공직자로서의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

앞으로도 나는 주민과 가장 가까운 그곳에서 신뢰받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 청렴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 우리의 말과 행동 속에서 드러난다. 매 순간의 선택이 쌓여 신뢰가 되고, 그 신뢰가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오늘도 나는 민원창구 앞에서 묵묵히 다짐한다. ‘작은 일일수록 청렴하게, 익숙한 일일수록 더 정직하게,’그 다짐이 내 하루를 지탱하고, 우리 행정의 미래를 밝히는 가장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