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을 넘어, 문화로 피어나다

2025-10-29     충청일보

충북도청 본관이 '그림책정원 1937'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행정의 상징이었던 도청 본관이 도민의 문화적 일상과 예술적 감성을 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공공공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험이자 지역 문화자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시도라 할 만하다.

충북도의회 다목적회의실에서 29일 열린 '충북도 문화예술 정책포럼'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충청일보가 주최하고 충북도가 후원한 이번 포럼은 '도청 복합문화공간 운영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공공문화공간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한 운영모델, 그리고 민관협력(PPP)의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행정기관의 중심 건물이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발상 자체가 공공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한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PPP(공공·민간협력)' 모델은 지속가능한 공공운영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성훈식 브랜드디렉터는 군산시민회관과 인천 코스모40의 사례를 통해 "세수는 줄고 유지비는 늘어나는 시대, 공공시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력과 효율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위탁이 아니라,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민간이 함께 참여해 공간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협력형 공공경영 모델이다.

지정토론에서는 문화산업, 예술, 돌봄, 전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공성과 자율성, 그리고 도민 주체성'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공통된 메시지는 명확했다. 행정이 주도하던 문화정책에서 벗어나, 도민이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도의 '그림책정원 1937' 프로젝트는 바로 그 변화를 상징한다. 도청 본관을 중심으로 산업장려관, 문화광장 815, 당산 생각의 벙커, 충북문화관 등을 잇는 문화벨트가 조성되면, 청주의 도심은 예술과 일상이 공존하는 '열린 문화생태계'로 확장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공공과 민간이 진정한 파트너로 협력하고, 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넓히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단발성 포럼에서 멈추지 않고, 논의된 아이디어가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질 때 '그림책정원 1937'은 행정의 상징을 넘어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충북의 문화정책이 '공간'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전환되는 지금, 이 실험의 성공 여부는 결국 도민의 손에 달려 있다. 도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 그리고 문화가 일상이 되는 도청-그 변화의 첫 페이지가 이제 막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