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쌀값
[충청광장] 윤명혁 S&T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쌀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이다. 우리 민족사를 들여다보면 쌀로 인해 문화가 생겼고 민속이 생겼으며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민족사를 대신하는 곡식인 것이다.
쌀을 생산하기 위해 노동해야 했고 힘든 것을 이겨내려고 농요를 만들고 불렀으며 농악을 만들어 냈다. 가을에는 조상과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최고의 곡식이었고 더 중요한 것은 농가 최고의 화폐 역할을 담당하는 중요한 곡식이다.
한국사 전체를 봐도 우리 민족은 늘 쌀이 모자라서 허덕이다가 1970년대에 들어 통일벼가 개발되면서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었다.
특히 1950넌대 중반부터 1960년대까지 베이비붐으로 쌀 생산은 답보상태로 쌀 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져만 갔다. 이렇게 되면서 보릿고개라는 말이 생겼고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면서 쌀을 돈 대신 지불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대체통용화폐로도 사용되면서 농가의 중요한 재산으로 자리 잡았었다.
하지만 1976년 통일벼로 인해 쌀 자급이 달성되고 식생활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쌀 소비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쌀의 가치도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1인당 연간 140kg까지 올라갔던 소비량은 2025년에는 55.8kg까지 하락하였고 쌀값 또한 계속 하락추세를 보이면서 농업인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이렇게 하락하던 쌀값이 최근 상승추세를 보이면서 꿈틀대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4년 만에 80kg 한 가마에 22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작년도 생산량 감소와 재고량 부족 등과 유통업체의 이익 등 유통구조의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렇게 쌀값이 오르고 있지만 정작 생산자인 농업인들은 웃지 못하고 허탈한 모습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먼저 쌀값이 치솟고 있는데 2023년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2023년 여름, 일본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을 겪으면서 벼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많은 지역에서 평년보다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연이은 작황 부진으로 인한 재고 부족 문제가 타격을 주면서 계속 오른 쌀값은 5kg에 4만 3천 원까지 상승하면서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로 쌀 구매 관광을 오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남아돈다는 이유로 천대받던 쌀이 조금 귀해졌다고 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만 봐도 그리 쌀이 풍족한 곡식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쌀 생산량 세계 1위 국가 중국은 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되었으며 우리의 동포가 사는 북한은 1년에 식량이 120만 톤이나 모자라서 기근으로 허덕이고 있으며 일본도 이미 쌀이 모자라는 형국이다.
우리가 먹는 단립종인 자포니카 계통의 쌀은 예전에는 중국의 동북삼성에서 전체의 40% 이상이 생산되었으나 그 지역의 물 부족 현상으로 옥수수로 대체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이다.
비단 우리나라에서는 쌀 소비가 계속 줄고 있지만 밀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이나 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밀가루에 들어있는 끈적끈적한 단백질인 글루텐의 부작용 때문에 쌀이 밀보다 훨씬 웰빙이라는 사실이 인지되면서 쌀 소비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아프리카 민족들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지만 물 부족과 기후의 영향으로 쌀농사가 어려운 실정인데 이미 아프리카가 깨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상의 쌀 수요는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의해 쌀의 생산량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고 보면 쌀의 미래를 우리는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쌀이 조금 남는다고 논에 타 작물 심는 것을 권장하면서 논 콩 재배단지를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논에 콩을 심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정책일 수밖에 없다. 알 수 없는 기상이변은 처서가 지나도 장맛비를 내리면서 배수가 잘되지 않는 논에서 콩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논에 벼를 심지 않는 정책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몰라도 지구인구가 90억 명이 넘고 식량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시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쌀 생산에 대한 정책으로 다시 한번 가다듬어 보아야 한다.
오랜만의 쌀값 상승을 반겨야 하는 농업인들의 입장은 지금 웃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오르면 타 품목의 인상에 영향을 준다면서 정부미를 풀어 억제하는 정부의 진압에 불만인 것이다.
이제 시장의 원리에 맡겨보자. 아직도 쌀값은 다른 품목의 상승분에 비하면 바닥 수준이라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모처럼의 쌀값 상승에 활짝 웃는 농업인들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