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
손사막은 당나라 학자로 의학에도 밝아 질병을 구제하고 의서도 남겼다. 명리보다 양생을 중히 여겨 태종의 부름을 피해 은거하기도 했다. 102세까지 살았다고도 하고 최대 수명인 120세까지 살았다고도 한다.
기대수명이란 현재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를 말한다. 유래 없는 경제 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은 지 오래다. 출생자뿐만 아니라 연령별 혹은 개인별 기대수명도 예측된다. 통계를 바탕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으나 통계가 안고 있는 허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건강에 해로운 생활 습관에 익숙해진 작금의 현실에서 어릴수록 통계에 근거한 예측은 어긋나기 쉽다.
한의학은 형색맥증(形色脈證)으로 대변되는 진단에 근거하여 장수와 요절을 예견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에 대해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몸집과 기가 서로 맞으면 장수하고 서로 맞지 않으면 요절한다. 피부와 살이 서로 잘 맞물리면 장수하고 잘 맞물리지 않으면 요절한다. 혈기와 경락이 몸집을 감당하면 장수하고 감당하지 못하면 요절한다. 몸집이 크고 피부가 부드러우면 장수하고 몸집이 큰데 피부가 뻣뻣한 사람은 요절한다. 몸집이 크고 맥이 힘차며 큰 것은 순증이고, 몸집이 큰데 맥이 작고 약한 것은 기가 쇠약한 것이니 위태롭다. 몸집이 큰데 관골이 튀어나오지 않으면 골격이 작은 것이니 요절한다. 몸집이 크고 근육이 단단하면서도 결이 뚜렷한 사람은 살이 견고하니 장수한다. 몸집이 커도 근육의 결이 없고 단단하지 못한 사람은 살이 약하니 요절한다’
몸집이 큰 사람이 장수하려면 뼈가 굵고 근육이 단단하며 피부는 부드럽고 맥이 강해야 한다. 몸집이 작은 사람은 그렇지 않아도 장수할 수 있다. 대형차는 엔진 용량이 커야 하고 연료 소비도 많은 반면, 소형차는 엔진 용량이 적어도 되며 연료 소비 또한 적은 것과 같은 이치다. 자신의 몸집과 기운에 맞추어 소식하면 장수에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곡기가 원기를 이기면 살이 찌며 장수하지 못하고, 원기가 곡기를 이기면 살이 마르며 장수한다.’고 했다. 식사 후에 졸음이 몰려오거나 사지가 노곤해져서 움직이기 어려운 것은 곡기가 원기를 이긴 것이니 살이 찌고 병들기 쉽다. 무지한 이는 피곤할수록 식사량을 늘려 원기를 상하게 하고 살을 찌운다. 군살은 수명을 갉아 먹는다.
‘성질이 급하면 맥도 급하고 성질이 느긋하면 맥도 완만하다. 대개 맥이 느리고 완만한 사람은 장수하고 맥이 급하고 빠른 사람은 요절한다.’ 마음이 급하거나 번잡한 사람은 맥이 빠르고 장수하기 어렵다. 호흡이 느리고 완만한 사람은 장수하며 호흡이 빠르고 짧은 사람은 장수하기 어렵다.
통계는 집단적 추이를 잘 드러내지만 개별 건강관리를 도외시한다. 기대수명과는 달리 젊은 나이에 병사하는 이도 많다. 근래 성인병에 이환한 초등학생이 많으며 심지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도 한다. 원기를 갉아먹는 생활 습관에 익숙한 어린 세대는 현재 노년층이 누리는 장수와는 거리가 먼 수명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다양하고 치명적인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타고난 원기를 낭비하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한 기본적 환경은 국가와 지자체가 마련해야 하나, 개개인의 건강은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한의학적 수명 기준은 생활 습관을 통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한의사의 개별 맞춤 지도에 따라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불편한 증상은 때맞추어 한의사의 치료를 받으면 건강은 향상되고 수명은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