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력에서 피어난 수소의 미래…한국수자원공사, 스페인과 손잡다
성남정수장서 그린수소 기술 공개, 유럽 대표단 시찰 물의 힘으로 만든 청정에너지, 세계 시장의 시선 모으다 한국형 수소 실증모델, 글로벌 협력의 새 장 열어
물 한 방울이 미래 에너지를 바꾸는 현장, 그 중심에 한국수자원공사가 있었다.
4일 경기도 성남정수장은 이른 아침부터 외국인 방문단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산업계 대표와 대학 총장, 연구기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경제인협회(FemCAT) 대표단이 직접 한국의 '그린수소 실증시설'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이날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자사가 구축한 국내 최초 수력 연계형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공개했다. 대표단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과 운송, 충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현장을 꼼꼼히 살폈다.
성남정수장의 핵심은 '수력'이다. 정수장의 낙차 에너지를 활용한 700㎾급 소수력 발전기가 하루 18t의 물을 전기분해하며, 약 188㎏의 수소를 생산한다. 이는 수소 승용차 40여 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발전과 정수, 수소 생산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순환형 인프라 모델은 국내외에서도 드물다.
대표단은 특히 공사가 AI 기반 제어시스템으로 생산 효율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인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스페인 역시 자국 내 '수소밸리' 구축을 추진 중으로, 한국형 모델을 자국의 산업 인프라와 연계할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카탈루냐 무역투자청 한국대표부 이희연 소장은 "현장 중심의 실증과 데이터 기반 운영은 유럽의 수소 산업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방향"이라며 "한국의 기술력은 유럽의 에너지 전환에도 실질적인 영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공사가 생산한 수소는 현재 성남시 갈현동 충전소로 공급되고 있으며, 연말 완공 예정인 이동형(On-site) 충전소가 가동되면 생산'공급'활용이 하나로 연결된 완전한 수소 순환 체계가 완성된다.
송현승 재생에너지본부장 직무대행은 "이제 수소는 기술이 아니라 협력의 힘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한국형 실증모델을 토대로 세계 각국과 연구·인력 교류를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수소 산업의 새 기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수력에서 출발한 한국의 수소 기술이 유럽의 풍력과 태양광 산업과 만나면서, 지구적 에너지 협력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물이 만든 에너지가 세계를 잇는 시대, 성남의 실험이 곧 미래의 청사진이 되고 있다. /대전=이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