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을 키우는 운동 '선택권'

2025-11-11     충청일보

[교육의 눈] 임명옥 우송대학교 교수

플라톤은 당시 유명한 레슬러였다고 하는데, '플라톤'은 '넓다'라는 뜻의 그리스어로, 그의 어깨가 넓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레슬러와 철학자'라 뭔가 모르게 부조화가 느껴지지만, 소크라테스도 체육관에서 자주 운동했다는 걸 보면 몸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생각 근육까지 만들어 준다'는 가정을 세워볼 만하다. 필자는 최근 이 가정이 참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발목을 다쳐 조심스럽게 생활한 지 1년, 체력이 떨어지며 필자의 '성질'이 '성깔머리'로 변하고 있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믿는 터라 집에서 가장 가까운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분명 몸뚱이를 아주 조금만 움직이려는 것뿐인데, 생각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몰랐던 근육을 사용할라치면 얼마나 어색한지 걸음마도 못 뗀 아이 같고, 잘못된 습관으로 굳어버린 근육은 돌덩이가 따로 없었다. 

남들이 하는 걸 보면 몹시도 쉬워 보이는 동작들이 하나같이 다 안 돼서, 근육은 고사하고 관절염이 생길까 무서워 개인지도를 받아보기로 했다.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발을 굽혀서'라는 지시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강풍에 나뒹구는 비닐처럼 몸이 볼품없이 흔들렸다. 모양새 빠지는 학생이 딱한 선생님은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바꿔 가르치다, '인사한다 생각하고 굽혀 보세요'라 했다. 필자는 '인사'라는 말에 전구가 훅 켜지듯 뻣뻣했던 몸이 말랑거리며 움직였다. 그 순간 '맞아요. 그거예요' 하는 소리에 필자는 헤벌쭉 웃었다. 

운동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운동은 몸뿐만 아니라 생각 근육을 키워준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걸 실감한다.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해서는 제멋대로였던 근육을 풀고 조이고 하면서, 제대로 된 동작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익혀야 한다. 구석구석 아픈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고, 살살 달래주는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확한 동작이 나올 때까지 부끄러운 몸짓을 참아내면서 이렇게 저렇게 애쓰는 시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인사하는 것처럼 해보라는 선생님의 설명이 아니었으면 필자는 몸을 배배 꼬고 뒤뚱거리는 모양새를 한동안 유지하다가 운동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몸치 탈출의 기쁨을 잠시나마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 주고, 맞는 동작을 하기 시작했을 때, 확인시켜 주고 응원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임계점에 도달하도록 가르쳐주는 선생님에 대한 신뢰도 필요하다. 

필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힘겨운 운동이 재미있는 놀이가 되고 있음을 느낀다. 건강한 몸 근육이 만들어지면 생각 근육이 생기고, 마음 근육까지 튼튼해질 거 같다. 문득, 이 시대 학생들에게 자정까지 학원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선택권이 아닌, 충분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으면 하는 간절함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