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문화, 양성평등의 시작이다
[기고] 서나영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 미생물과 지방보건연구사
양성평등의 사전적 의미는 '양쪽 성별이 권리, 의무, 자격 등에서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이다. 최근 양성평등이 사회적 화두가 되는 이유는 평등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이를 교정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인적 사항에 성별이 기록되고, 그 순간부터 남성 또는 여성으로 살아가게 된다. 사회 곳곳에 성별 구분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 정체성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이러한 1차적 구분으로 인해 각기 다른 문화가 형성되기도 하고, 삶의 영역이나 역할에 따라 구분이 지어지면서 그것이 하나의 문화로 굳어지기도 한다.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온 성 역할의 고정관념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서로 다른 형태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성은 돌봄과 희생을 당연시하는 문화 속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기회가 제한되었고, 남성은 책임과 경쟁을 짊어진 채 강해야 한다는 기대 속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성별의 차이로 인해 겪었던 불평등한 경험을 떠올릴 때, 우리는 종종 그 원인을 상대 성(性)에게서 찾거나 불만의 화살을 돌리곤 한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의 상처로 남아, 때로는 상대에 대한 불신이나 반감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사회적 갈등의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각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면, 가족 안에서 단순히 성별로 역할이 구분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엄마는 여성이고 아빠는 남성이며, 자녀도 남녀가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성별로만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를 돌봐주는 사람으로서', '아빠이기 때문이 아니라 든든한 조언자로서' 바라보게 된다. 즉, 한 사람을 평가하고 관계를 맺는 기준이 성별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서로의 차이는 경쟁이나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진정한 평등은 동일함이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존중과 배려가 조화를 이루는 데서 시작된다.
과거의 경험과 사회적 구조가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지만, 우리 삶은 단순히 성별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양성평등의 문제 또한 몇 가지 이유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시대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형성되고 고착화된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모두의 목적은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고, 그 안에서 서로 안전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존함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양성평등의 핵심이 아닐까?
조금씩 틈을 채워 나가다 보면, 언젠가 '양성평등'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