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청춘에게 손 내밀어야 할 때 

2025-11-16     충청일보

[기고] 김현문 충북도 의원

최근 사회의 그늘에서 홀로 고립되고 은둔하는 청소년과 청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방 안에서 몇 달, 몇 년을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업이나 직장을 포기하고 가족과의 대화마저 단절된 채,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며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 

문제는 이들이 단순히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울·불안, 학교폭력, 가족 갈등, 진로 실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는 점이다.

충청북도에서도 이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장기결석 학생 중 상당수가 심리적 고립이나 은둔형 생활로 이어지고 있으며, 청년층에서는 구직 단념과 정신건강 악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지역사회 인적자원의 손실로 직결된다. 이에 충청북도는 지난 2024년부터 '고립·은둔 청년 전담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심리상담, 일상회복 프로그램, 자기돌봄비 지원 등으로 은둔 청년의 사회복귀를 돕는 사업이다. 

충북교육청도 학교 내 장기결석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과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발굴과 연계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학교 밖 청소년, 대학 중퇴자, 취업단념 청년 등은 행정망 밖에서 방치되고 있으며, 복지·교육·보건·고용 간의 연계체계가 약해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청소년·청년 고립·은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우리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다양한 협력체계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외국의 사례도 참고할 만 할 것이다.

핀란드는 '사회적 배제 청년'이라는 개념 아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아웃리치 청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방정부가 청년사업가(youth worker)를 고용, 고립청년 발굴과 상담, 진로 및 생활지원에 나서고 있고, 이러한 정책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과 함께 관련 분야의 청년 전문 인력양성까지 포함하면서 새로운 지원체계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우리보다 먼저 청년 고립·은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고민에 나선 일본 '히키코모리' 지원 모델과 미국, 홍콩 등의 사회적 고립 청년 대상 민간·공공협력 정책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단편적 사업이 아니라 '통합 돌봄체계'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청, 지자체, 보건소, 복지관, 청년센터 등이 한 울타리에서 협력하는 원스톱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가족 교육과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부모와 이웃이 변화의 첫 신호를 감지하고, 지역사회가 회복의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청소년과 청년의 고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의 문제'다. 충북이 이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단지 한 세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사회로부터 멀어진 청춘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할 때, 우리 충북이 그 첫 번째 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