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 본부 분리 운영 장기화… “협업 구조 붕괴, 원도심 활성화 효과 반토막”

관광사업본부만 ‘덜컥’ 이전… 성안길 활성화 취지 무색

2025-11-16     김재옥 기자
▲ 청주 성안길 충청북도인재평생교육원 건물. 충북문화재단 관광사업본부만 이곳으로 이전하는 ‘전략 없는 조각 이전’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충북문화재단 관광사업본부만 지난 10월 청주 성안길의 충청북도인재평생교육원(이하 인평원) 건물로 이전한 조치에 대해 ‘전략 없는 조각 이전’이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역 문화·관광 정책을 이끄는 핵심 기관이 부서별로 흩어져 운영되면서 협업 체계가 사실상 붕괴했고,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본래 취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인평원에는 관광사업본부가 입주해 체험·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재단의 핵심 역할을 맡는 경영기획본부와 문화예술본부가 여전히 기존 건물에 남아 있어 정책 기획, 예술지원, 지역문화 생태계 조성 등이 ‘각개전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관된 전략 수립은 물론이고, 기획에서 실행까지의 대응 속도 역시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재단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부 직원들은 “업무가 반으로 갈라져 소통이 끊겼다”, “현장과 기획이 따로 움직여 성과가 반복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관광사업본부가 시민과 관광객을 직접 상대하는 최전선에 서 있음에도, 핵심 의사결정 기능이 떨어져 있는 구조 탓에 실질적 시너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평원과 문화재단의 업무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평생교육원의 예술인 전문강사 파견, 지역대학 혁신사업 RISE와의 협력, 예술·청년 인재 재양성 등 주요 사업은 한 공간에서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할 때 비로소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러나 부서가 분리된 현재 구조에서는 회의·보고·기획 공유가 모두 비효율적으로 늘어지며, 사업의 속도와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문화 연구자는 “관광사업본부만 입주한 지금의 상황은 협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며 “문화·관광·교육을 유기적으로 묶겠다는 재단 이전의 핵심 목적이 무력화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본부 간 분리 운영이 장기화할수록 원도심 활성화 효과는 반 토막, 더 나아가 그 이하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안길은 청주 원도심 공동화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다. 최근 빈 점포 증가와 방문객 감소로 쇠퇴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충북문화재단의 전면 이전은 지역 재생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기대돼 왔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반쪽 이전’ 구조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이 가져올 변화와 활력은 근본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역 상인과 시민들도 우려를 제기한다. 한 상인은 “문화재단 전체가 들어와야 지역 분위기가 바뀌지, 한 부서만 와서는 아무리 프로그램을 열어도 동네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 내 모든 본부가 한 공간에 모이면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재단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김재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