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대미투자 후속 민관 논의…"국내투자 줄지 않도록 해달라"

이재명 대통령과 16일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국내 대기업 총수들에게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이행으로 국내 투자가 축소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경제인들과 산업부 장관 그리고 안보실장, 정책실장, 경제안보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재한 회의에서 이같이 요청했다.

이날 회의는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되면서 기업들의 국내 투자 확대, 수출 다변화,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및 한미 투자 패키지를 활용한 대미 시장 진출과 양국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대통령실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향후 기업들의 대미 투자액가 강화되면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자 기업 총수들은 각자 투자·고용 계획을 소개하며 정부의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내 산업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며 "삼성은 투자 확대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과의 상생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월에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겠다"며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국내 투자와 고용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며 "원래는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었으나 점점 투자 예상 비용이 늘고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향후 5년간 연간 25조원씩, 즉 2030년까지 총 125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계획했던 것보다 증가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채용규모도 올해 7200명에서 내년 1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100조원의 국내투자가 계획돼 있다며 이 중 60%를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한미 간 협상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조선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사를 밝혔다. 

여승주 부회장은 "우선 미국 필리조선소에 7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대미 투자 이외에도 국내 조선, 방산 분야에서만 향후 5년간 약 11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고 밝혔다.
여 부회장은 "미국 조선시장에 대한 투자는 국내 조선산업과 기자재 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뜻도 된다"고 강조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향후 5년간 1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에너지 분야 및 인공지능(AI) 기계 로봇 사업에 8조원, 조선·해양 분야에 7조원을 투자해 미래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소개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미국에는 2조원을 투자하게 됐고, 국내에는 송도와 충북 오창, 충남 예산에 3년간 4조원의 시설투자를 한다며 연구개발비도 1조원 이상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이득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