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인체

2025-11-17     충청일보

[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 

예로부터 인체를 우주나 국가에 비유하여 설득력을 높이는 수법이 성행했다. 이를 우주 아날로지 혹은 국가 아날로지라 하며 오래된 유비추리다. 구미에서 우주 아날로지는 뉴턴 이후 점차 비논리로 인식되어 사라진 반면 국가 아날로지는 지금도 사회 전반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수뇌부’ ‘그는 사장의 오른팔이다’ ‘중견간부는 회사의 허리다’ 등 널리 애용된다. 구미와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보다 정교한 우주 아날로지와 국가 아날로지가 개발되어 인체를 보다 명확히 이해하는 도구로 지금까지 활용해왔다.

‘동의보감’에서는 인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국가 아날로지를 아래와 같이 활용하고 있다.

‘한 사람의 몸은 국가의 모습과 같다. 가슴과 배는 궁궐과 같고 사지는 교외에 경계가 있는 것과 같다. 관절은 백관의 할 일이 분담된 것과 같다. 신(神)은 임금이고 혈은 신하고 기는 백성이니, 몸을 다스릴 줄 알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 백성을 아끼면 나라가 편안해지듯이 기를 아끼면 몸이 온전하게 된다. 백성이 흩어지면 나라가 망하듯이 기가 고갈되면 사람은 죽는다.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없고 망한 나라는 보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인(至人)은 우환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해결하고 병들기 전에 미리 치료하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다스리고 이미 벌어진 뒤에는 좇아가지 않는다. 사람이 양생하는 것은 어렵지만 위태로워지기는 쉽고, 기가 맑아지는 것은 어렵지만 탁해지는 것은 쉽다. 그러므로 위엄과 덕을 분명히 해야 사직을 보전할 수 있듯이 욕심을 버려야 혈기를 지킬 수 있다. 그런 뒤에야 진(眞)을 한결같이 보존할 수 있고 세 가지를 한결같이 지킬 수 있으며, 온갖 병을 물리칠 수 있고 오래 살 수 있다’

오장육부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심은 군주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신명(神明)이 나온다. 폐는 재상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치절(治節)이 나온다. 간은 장군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모려(謀慮)가 나온다. 담은 중정(中正)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결단이 나온다. 전중은 신사(臣使)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기쁨과 즐거움이 나온다. 비위는 창고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오미(五味)가 나온다. 대장은 전해주는 기관으로 변화가 나온다. 소장은 받아 담는 기관으로 음식물을 변화시키는 작용이 나온다. 신은 강력한 힘을 내는 기관으로 기교가 나온다. 삼초는 도랑과 같은 기관으로 수도(水道)가 나온다. 방광은 물이 모이는 기관으로 진액을 저장하는데 기화에 의해 배출한다. 이러한 12개의 기관은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군주가 밝으면 아랫사람들이 편안하니 밝은 마음으로 양생하면 장수하고 죽을 때까지 위태롭지 않다. 또 밝은 군주가 천하를 다스리면 크게 번영한다. 군주가 밝지 못하면 십이관이 위태로워지고 길이 막혀서 통하지 않고 형(形)이 크게 손상된다. 밝지 않은 마음으로 양생하면 재앙이 닥치고 어두운 군주가 천하를 다스리면 종묘사직이 크게 위태로우니,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

국가에서 지도자가 가장 중요하듯이 인체에서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지도자가 멸사봉공하는 밝은 마음으로 위엄과 덕을 분명히 해야 나라는 발전하고 편안해지듯이, 개인은 마음이 편안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지도자의 사리사욕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듯이, 명리에 집착하면 몸과 마음을 수고롭게 하여 건강을 잃게 된다. 선전 선동에 취약한 민주 국가는 중우정치를 벗어나기 어렵듯이, 불안정한 마음으로 건강을 도모하는 것은 사상누각과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