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추모조형물 예산 또 전액 삭감
충북도의회 건환소위, 유족 앞세워 문제 해결 의지 없어 도, 수정 없이 다시 편성·제출 삭감 자초
충북도가 도청 안에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추모 조형물 설치 사업에 대한 예산을 수정·보완 없이 3회 추가경정 예산안에 편성하자 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에서 또다시 전액 삭감했다.
도가 유족들의 주장을 이유로 들며 지적 사항에 대한 해결 노력조차 않은 채 예산안을 그대로 다시 편성·제출해 삭감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의회 건환소위는 18일 열린 3회 추경 예산 심사에서 '궁평2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추모 조형물 설치' 예산 5000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도는 건환소위에서 요구한 도청 내 설치에 관한 도민 공청회나 간담회를 유족들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함에 따라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환소위는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절대 예산안을 통과시켜 줄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이다.
이태훈 건환소위원장은 "2차 추경에서 전액 삭감된 예산안을 아무런 수정도 없이 다시 편성해 제출했다"라며 "도가 유족들의 주장을 이유로 지적 사항에 대한 해결 의욕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데 도의회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면 예산은 절대 통과 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건환소위 예비 심사를 마친 3회 추경안은 오는 25일 열리는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최종 심사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오송참사 유가족과 협의를 통해 도청 내 광장에 추모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하고 지난 8월 중순 설치비가 반영된 2회 추경안을 제출했다.
도의회 건환소위는 추모 조형물 설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장소·형태 등을 둘러싼 사전 논의 및 공론화가 필요하다면서 사업비를 전액 삭감했다.
또 도지사가 약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도의회에 관련 내용 통보도, 사전 협의조차 없이 예산만 편성해 올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예결위에서도 추모 조형물 설치엔 찬성하지만 장소가 문제로 지적됐다.
도청 잔디 광장은 해마다 축제와 공연, 직거래 장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이런 곳에 추모 조형물을 설치한다면 취지와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예산이 전액 삭감되자 참사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도는 갈등 확산을 막고자 연내 설치비 확보를 원하는 유가족의 요구를 받아들여 3회 추경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공론화와 사전 논의 부족이라는 도의회의 문제 제기에도 수정없이 그대로 3회 추경안에 반영·제출, 모든 책임을 도의회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도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판 여론을 앞세워 도의회를 압박하는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배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