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7000억 예산으로 '도시의 체질' 다시 짠다
원도심 회복·복지 강화·지역경제 재편 주민이 정책의 중심,구조 전환 선언 2026, 중구 행정 실험 본격 궤도 올라
도시가 다시 살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려한 선언이 아니라, 예산으로 드러나는 '의지의 우선순위'다.
대전시 중구는 19일, 2026 예산안 7228억원을 공개하며 도시 운영의 방향을 명확하게 그려냈다. 숫자만 커진 예산이 아니라, 도시의 체질을 장기적으로 재편하겠다는 메시지가 곳곳에 깔려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주민이 정책의 중심에 서는 구조다. 중구는 2026년을 '주민주권도시' 도약의 해로 규정하며, 주민이 동네 문제를 제안하고 해결까지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한다. 동장 주민추천제 확대, 주민특화사업비 확대, 주민자치회 전환 등이 핵심 도구다. 행정이 결정하고 주민이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이 직접 방향을 잡는 구조로 이동하는 셈이다.
도시의 골격을 손보는 일도 같은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원도심 회복 전략은 겉모습만 바꾸는 손질이 아니라, 공간 구조 자체를 새로 짜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국비 240억원을 포함한 481억원 규모의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 기반시설 조성사업이 태평·유천·문화동 일원에서 추진되고, 보행환경·공원·주차장 등 생활 인프라가 전면 손질된다. 2630가구 공급 계획은 원도심의 인구·주거 구조를 다시 끌어올리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화와 관광은 '중구만의 감각'을 발휘하는 쪽으로 설계를 바꾼다. 중구 미술축제는 작은 미술관 프로젝트로 확장돼 일상 속 예술 접근성을 높이고, 단재 신채호 생가지·근대유산을 활용한 참여형 프로그램은 지역의 문화 자산을 생활 속 체험으로 전환한다. 보문산과 원도심을 잇는 D-Trail Race는 자연·도시·문화가 교차하는 스포츠 관광 축제로 키워 전국 단위 브랜드로 확장될 예정이다.
지역경제 전략도 새 틀을 갖춘다. 지역화폐 '중구통' 플랫폼을 데이터 기반 구조로 전환해 소비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인센티브 체계를 정교하게 조정함으로써 지역 내 소비 순환을 강화한다. 출산장려금과 각종 복지급여를 중구통으로 지급하는 정책은 지역경제에 직접적인 순환 효과를 낳을 핵심 실험으로 평가된다.
복지 분야는 '정밀함'에 초점을 맞춘다. 방문 건강·한의·물리치료 등 방문형 지원이 확대되고, 위험군 데이터 기반 대응 체계가 고도화된다. '희망 동행 돌봄매니저', '이웃애 온돌 추진단', '중구 온마을 콜택시' 등 생활 기반 지원이 이어지며, 부사동 옛 남대전등기소 부지에 조성되고 있는 노인복지관도 2027년 개관을 목표로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
평생학습도시 조성도 큰 틀에서 재설계된다. 평생학습관은 확장 이전이 추진되고, 중구 북페스티벌은 지역 주도형 축제로 성격을 바꾼다. 마을 단위 학습 공동체 확대는 교육이 지역문화와 연결되는 구조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교통·환경 정책은 '생활 불편 해소'에 집중한다. 트램 2호선 시공 구간의 교통 혼잡을 사전 관리하고, 석교·호동·옥계 등 교통취약지에는 마을순환버스를 신설해 이동권 격차를 줄여나간다. 자원순환 정거장 '중구모아' 확대와 주민참여형 클린하우스 보급 등 생활 환경·기후 대응 정책도 묵직하게 추진된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2026년 예산은 중구의 구조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라며 "주민이 실제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정책을 새롭게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답은 현장에 있다"며 앞으로도 생활 행정을 중심으로 구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구의회는 이 예산안을 검토한 후 오는 12월 19일 최종 의결한다. /대전=이한영기자